미군은 세계 최강입니다. 트럼프의 생각을 따라가면 미국은 모든 나라가 적성국으로 미국의 피를 빨아먹는 불량국가입니다. 어느 한 나라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최강의 군을 가진 미국은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동시다발로 다면전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선전포고를 합니다. 경제전쟁이 터졌는데 이를 관세전쟁이라고 부릅니다.
초전에 제압을 할 것으로 믿었지만 바로 옆에 붙은 캐나다군이 반발을 합니다. 이것 정도야 무시하고 있었는데, 중국군이 반격을 합니다. 이건 가만히 두고 볼 상대가 아닙니다. 추가관세 폭탄을 투하합니다. 중국군도 전략적 반격을 합니다. 또다시 미국은 추가 폭격을 합니다. 그런데 중국군의 대응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미국 곳곳에서 중국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보고됩니다. 중국의 피해 정도는 아직 보고가 없습니다. 중국에 이어 유럽도 반격전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씨발, 미국에 기대어 살던 것들이 달려들어?’ 성질은 나지만 동시다발의 다면전쟁에서는 전략적 후퇴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단 한 놈만 먼저 패고 다른 놈들은 나중에 조진다는 생각으로 중국만 남겨놓고는 모두 휴전을 선포합니다.
독사파(獨士派)란, ‘독일육군사관학교 유학파’의 줄임말로써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생도 중 기수별 최고 엘리트를 상징합니다. (출처: 뉴스티앤티(http://www.newstnt.com 독일군이 대단하니 우리 육사생도 중 최고 엘리트만 갈 수 있다는 뜻 같지요?) 독일군이라고 하면 그 명성이 노름판에서도 자자합니다. 아무리 뺑끼(속임수)를 쳐도 죽지 않고 상대방의 카드를 체크하는 상대방을 ‘독일병정’ 같다고 부릅니다. 독일병정을 경험하면 독사파란 이름보다 더 공포스럽습니다. 2차 대전 당시 폴란드를 침공하고 프랑스를 개전 40일 만에 점령한 ‘전격전’ ‘기동전’도 독일군의 작전으로 유명합니다. 유명하니 신화가 많은가 봅니다. 이토록 유명한 독일군은 어떤 신화를 가졌으며 정작 진실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남자들은 군대 얘기를 자주 합니다. 그러나 정작 전쟁을 직접 겪지 못했으니 가상의 전투인 축구를 군대에서 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책은 독일제국 육군부터 이후 제국군, 제2차 대전시 국방군, 이후의 연방군이 가졌던 전술 작전 전략을 소개하면서 실전에서 어떤 달콤한 승리를 맛봤고, 회복하기에 고통스러웠던 뼈아픈 패배를 당했는지 소개하는 책입니다. 만들어진 독일군의 신화와 엄연한 진실을 알려줍니다. 독일군이 대단했다는 신화는 그들이 유럽의 중앙에서 적들에 둘러싸여 있었던 지정학적 불리함과 유럽의 연합군보다 열악한 자원을 보유했으면서도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유럽과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적극적으로 시도 수행했고 한때나마 성공을 거둔 전쟁역사 때문에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저자는 이 신화의 진실은 병력과 자원이 부족한 빈곤한 자들(독일군)이 양지를 노리며 고도의 위험을 내포한 궁여지책, 고육지책일 뿐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국력이 약하면서도 함부로 덤벼들면 죽는다는 현실인식, 정치인식이 부족했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독일군은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지정학적 불리함, 가용자원의 부족으로 양면 전쟁, 다면 전쟁을 회피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전술은 당연히 포위, 기동, 속도, 기습, 섬멸, 공격작전 위주로 계획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급망 등 군수에 대한 준비는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술 작전의 미스매치는 양면 전쟁 또는 다면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전쟁에서 집니다.
책 군데군데 나오는 군사용어는 한여름 뙤약볕을 피해 훈련장 가건물에 설치된 차트 속 은폐, 엄폐, 포복, 후폭풍 살상반경 등의 용어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방자와 공자가 나와 잠깐 중국의 성현도 떠올렸지만 방어자와 공격자의 줄임말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읽기가 쉽진 않았지만 독일군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 재미있었습니다. 패권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전쟁을 준비한 독일군의 말로는 비참했습니다. 그 이유는 능력도 없이 욕심만 과했기 때문이고 독일 지휘관의 우수성 나아가 독일민족의 우수성이라는 근거 없는 자부심과 다른 민족을 근거도 없이 가소롭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미국의 경제전쟁을 생각합니다. 미국은 다면 전쟁을 벌이면 이기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우방이라고 자부심을 가졌던 나라들과 척을 지면 미국은 연합군을 상대해야 합니다. 천조국이라 자랑하지만 부채 또한 천조국입니다. 경제전쟁을 이끌 제조업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뒤집니다. 미국 시장은 중국의 제품들로 가득 찼고 소비자들은 이번 전쟁에서 중국제품을 비싸게 사야 한다는 불평을 합니다. 만약 확전이 거듭되면 미국인은 품귀를 경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소비천국인 미국에서 상품이 희귀해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상황이 예상과 달리 전개되면 미국은 이 책에서 본 독일과 비슷해집니다.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위치가 경제전쟁에서 유리한가? 경제전쟁을 치를 자원은 상대적으로 충분한가? 장기적인 소모전을 견딜 체력은 충분한가? 미국인들은 장기적 소모전의 승리를 언제까지 기다려줄까? 기동전으로 중국을 포위 섬멸(여기서의 섬멸이란 중국이 경제전쟁에서 전의를 상실할 정도로 무력화시키는 것을 의미하지 중국인을 죽이는 의미가 아닙니다)할 수 있을까?
천조국인 미국이라고 유럽 대륙에서 고립되어 어쩔 수 없이 기동 공격전략을 사용했던 독일꼴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미국이 두 다리를 자르고 휠체어를 타고서 살 결심이 섰다면 몰라도 인체 신경망이나 혈관처럼 얽히고설킨 세계경제에서 혼자서만 이익을 보고 또 패권도 유지하려는 욕심을 부린다면 미국의 전술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독일이 지휘관의 능력을 중시한 것은 자원 부족을 봉창하기 위한 궁여지책입니다. 미국이 이번 경제전쟁에서 자원이 풍부한지, 미국의 지휘관들은 경제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래저래 둘 싸움에 우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훌륭한 지휘관이 나오길 바라며, 어부지리책도 강구하면 좋겠습니다. 덩달아 여기저기 분탕질에 드러난 온갖 쓰레기들을 몽땅 치워 나라가 깨끗해지면 좋겠습니다. 트럼프 한 마디에 주가와 채권 금리가 난리도 아닌 며칠이었습니다.
P.S.: 이 책을 옮긴 진중권은 우리가 알던 전 동양대 그 사람이 아니라 육사 출신의 군인입니다. (현재 육군대학 전략학 교관으로 근무 중이랍니다) 불편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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