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집회에 모이는 숫자가 제법 많은 모양입니다. 교회를 다니는 저로서 보수적인 교계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따라 배우는 입장이니 남에게 눈을 돌리는 시간에 제 자신을 돌아보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도 궁금했던 것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째. 부정선거 음모론이 점점 더 끈질긴 억지 주장을 하는 이유. 둘째, 극우 집회에 왜 이스라엘 국기가 나오느냐는 것입니다. 마침 이번 기사에서 이해의 단초를 얻은 듯하여 소개합니다.
“이주헌 목사(성남 바른교회)는 한국 개신교를 충분히 알지 못하면 현재의 극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개신교회는 단순히 극우의 우군이 아니라, 그 요람이자 발상지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처음 퍼지기 시작한 곳은 교회 단체카톡방이다”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하필 개신교인들이 쉽사리 음모론에 빠진 까닭은, 한국 교회 전반에 횡행하는 왜곡된 신앙관 때문이다. 이주헌 목사는 이걸 ‘기도원 신앙’ ‘부흥회 신앙’이라고 부른다. 이 목사의 말이다. “부흥사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감정을 고양하는 게 부흥회다. 하나님이 누구인지, 어떻게 우리를 이롭게 하는지 등 기독교의 메시지를 설교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은 복을 주신다!’라고 반복해 외치고, ‘형편이 어려웠는데 갑자기 돈이 생겼다’고 간증한다. ‘고민하면 안 된다’ ‘순종해야 한다’ ‘즉각 행동해야 한다’는 게 부흥사들의 주된 발언이다. 감정이 고양되고 사유가 마비된다. (중략) 이것은 개신교의 특질이라기보다는 샤머니즘적 전통과 맞아떨어진다.”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풍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두규 교수(우석대)는 최근 책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를 펴내, 고려 이래 한국 사회 권력자가 주술적 사고에 사로잡힌 과정을 되짚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비합리적. 주술적 사고와 너무 밀접하다고 말했다. “토론 문화가 높이 평가받지 못하고 주체적 사고가 자리 잡지 않았다. 대중문화에도 무당과 같은 존재가 단골로 등장한다. 군중을 구워삶는 ‘주술 담지자’가 날뛰기 좋은 판이다.” ‘무당’뿐만 아니라 카리스마를 내세운 종교인도 ‘주술 담지자’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스라엘 깃발까지 갖고 다니는 태극기 부대는 단순한 정치 집회라고 보기 어렵다. 이건 신앙, 믿음의 영역이다.”
성경을 공부하며 믿음을 가지는 곳이 기도원이고 부흥회라는 생각이 좀체 들지 않았습니다. 전해 듣는 부흥회와 기도원의 광경에 쉽게 동조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 어디쯤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스라엘 국기가 나온 배경은 신앙이자 믿음의 영역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이제 그들 극우집회가 아무리 정치적 주장을 내세우더라도 이해가 됩니다. 기복에 무슨 근거가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빌 따름이죠. 그들의 앞에 목사도 아닌 목사들(사랑이 아니라 저주를 외치는 자들을 어떻게 목사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이 기도를 이끌고 있으니 우리 교회의 망조가 옛말이 아닙니다(개신교의 신도 감소수가 제일 많다고 하는 소식을 들은 게 오래전입니다).
초고령사회를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생물학적으로 사라지면 교회는 어떻게 될까 걱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교회에도 젊은이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재잘재잘대는 것이 한편으로 다행이지만 그들이 언제 실망하여 교회를 떠날까 염려한다면 제 오지랖이 넓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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