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열두 발자국. 정재승 지음. 어크로스 간행

무주이장 2025. 1. 31. 16:15

 저자가 이끄는 대로 열두 발자국을 옮기기로 합니다. 책 제목인 열두 발자국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을 줄인 것이라고 합니다. (17) ‘삶을 성찰하고 사회를 통찰하는 사유의 증거가 되길 저자는 기대합니다. 과연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회사를 더 다닌다는 것이 늘품(늘푼수)이 없는 일이라는 예상이 될 때 즉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 세대에서는 거의 없었다는 게 제 짐작입니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 우리 세대에도 없진 않습니다. 대부분은 주어진 상황이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어서 떠밀려 시작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짐작은 젊은이의 고민을 듣던 중 우리 또래의 몇몇 늙은이들이 공감했습니다. 늙은이들은 사주나 운을 얘기하였지, 불굴의 의지를 얘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사업을 시작하고는 죽자 살자 매달려 최선을 다하지만 의지적 퇴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와 달리 아니면 아니다라며 뛰쳐나가는 데에 익숙한 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제가 착각이라고 한 것은 지금의 젊은이의 뇌라도  의사 결정을 쉽고 빠르게 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쓴 표현입니다. 우리 세대의 우유부단함을 보고 절대 따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행동으로 나오기에는 역시 두려움과 주저함이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사업을 시작하려면 하려는 사업의 어느 정도를 알아야 시작해도 될까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일단 시작을 하면서 보완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온전히 모르는 분야에 뛰어든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가설은 게임이론을 바탕했다고 합니다. (39) 무엇이든 알아야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지 모르면 얼마큼 이익이 생길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충동구매자나 이혼 숙려 프로그램에서 자기 논리에 빠져 가정이 너덜너덜 넝마처럼 해지는 모양을 보면 이건 확신에 가깝습니다.

 

 미국 해병대는 70퍼센트 정도 확신이 들면 95퍼센트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일단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라고 합니다(70퍼센트 룰).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하는 상황에서도 목숨을 거는 결정은 70퍼센트 정도 확신이면 해보라는 말이겠지요. 사업도 성공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70퍼센트 룰과 비슷한 경험을 보통 얘기합니다. 100퍼센트 그 분야를 다 알고 사업을 하겠다는 결심은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는 것은 제 경험으로 압니다.

 

  그렇다고 빠른 결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빠른 의사 결정이 잘못된 의사 결정을 만드는 사례도 세고 셌습니다.

 

 저자는 나와 다른 의견과 미적 취향에 너그러워야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라고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재고하고 늘 회의하고 의심해보는 사람, 그래서 결국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보니 책을 보면서 아이에게 어떤 선택을 할지 충고를 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깨집니다. 그렇다고 생각만 해서는 자기 객관화가 어렵습니다.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일단 시도해보세요’ ‘인생을 마라토너가 아니라 탐험가의 마음으로 살아가시길 기대합니다라는 저자의 충고는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요? 선택을 하는 동안 우리들 각자의 뇌는 무엇을 하는가 안다 해도 선택은 역시 당신의 손발을 필요로 합니다. 후회는 주로 안 한 일을 두고 하지, 했던 일을 두고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래로 공감이 큽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햄릿 증후군 극복 방법

 

 설명 않아도 알 수 있는 말 같지요? 햄릿은 죽냐 사냐(이 번역은 일본판으로 오역의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두 가지 기로에서 선택을 못하고 고민을 했지만, 선택지가 많아지면 나아질까요? 실제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만족스러운 결정을 오히려 방해하는 현상을 선택의 패러독스’라고 한답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라서 한번 실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겁이 나서 멈칫거린다는 설명을 합니다. 햄릿이 아버지를 죽인 자가 삼촌임을 알고 to be(이대로 가만히 있을까) or(아니면) not to be(이대로는 못 있지 복수다) 결정을 못한 것은 실패하면 자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말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선택을 적기에 잘할 수 있으려면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각각의 선택지가 가진 장단점을 파악한 뒤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이 인생에서 경험한 선호나 우선순위가 적용됩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할수록 결정이 쉬워진다는 겁니다. 말이 쉬워 자기 객관화지끌리는 대로 하시면 될 듯합니다. 끌리는 대로 결정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재결정을 통해 수정하시면 됩니다. 패자부활전이 없는데 어쩌라고요? 남들이 뭐라고 하는데요? 반감이 들고 두렵고 주저되지요?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놓아보시고, 남에게 항상 스마트하게 보이려는 마음도 버리시지요. ‘메멘토 모리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상황도 그보다 비극적이진 않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충고입니다. 이거 점점 이야기가 어려워지는 듯합니다.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모자란 것이 없는데 욕망이 생길 리 없지요. 결핍은 동기를 만들고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그렇다고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결핍의 경제학에 따르면 (112) 결핍은 사람을 바로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큰 그림을 못 보게 하며, 특히 결핍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하게 만듭니다.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비전의 사례로 저자는 미국 소방관들의 주된 사망 원인이 현장에서 화재 진압 중 일어난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화재 현장으로 급히 가는 도중에 일어난 교통사고라고 합니다.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차가 커브를 돌 때 튕겨나가거나, 갑자기 급정거를 할 때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종종 벌어진다는 통계를 듭니다.

 

 진정한 자유 없이 자기를 발견하는 방법인 놀이도 창의도 혁신도 없다는 설명도 설득이 됩니다. 그를 따라 네 발자국을 걸었습니다. 나머지 발자국은 뇌를 새로 고칠 수 있는지, 미신에 빠지는 이유, 창의적인 뇌, 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를 위한 방법, 사물인터넷을 통해 아톰(원자) 세계를 고스란히 비트 세계와 일치시켜 산업화가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지, 우리 사회의 혁명적 변화는 어떻게 시작할지, 세상에 도전하는 불순응 사람들, 뇌과학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집니다.

 

 과학이 우리 일상에 에너지를 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책입니다. 지루한 일상을 재미있는 일로 바꾸는 동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하는 미래를 그리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 인생의 낙 중 하나라지요?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