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이 사이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젊은 남녀가 만나 서로 좋아 결혼을 하고는 둘의 의지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보람이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지옥을 만났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이를 기른 일이 저주스러웠다고 부모는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아이를 낳은 원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식의 입은 부모보다는 자유로울 것입니다. 자기가 세상에 나온 것은 적어도 자기 의지는 아니니까요. 아이의 삶이 힘들수록 말과 행동은 거칠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늙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식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이제 역할이 역전됩니다. 자식은 부모를 간병하면서 고통을 겪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부모를 떠안게 되는 아이가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 지옥만을 경험하지는 않을까요? 지옥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병든 부모를 간병하는 자식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지옥을 경험한 부모의 경험과 무엇이 다를까요?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지요. 사회의 도움이 없이 오롯이 개인의 부담으로 남은 가족 부양은 비극적인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것이 아이의 양육이든 노인의 간병이든 개인적인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이 책은 아들이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와 같이 살았던 경험을 기록합니다. 아들이 겪은 간병기를 유심히 살펴야 아들의 아픔이 보입니다. 그래도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은 사회와 이웃이 그를 도왔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가 아버지의 간병을 통하여 배운 점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정리합니다.
1.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부모와의 관계는 마지막까지 남는다.
2. 오기 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3. 돌봄이 가족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4. 인간은 누구나 의미를 부여한 세계에 살고 있다.
5. 존재 자체로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6. 생산성으로 인간의 가치를 매길 수 없다.
7. 어느 쪽이 옳은지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관계를 맺는다.
8. 부모에게서 벗어날 이유를 찾지 말고 그냥 벗어난다.
9. 부모가 도와달라는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
10. 부모는 살아있는 것만으로 가족에게 공헌하고 있다.
11. 부모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자.
12. 인간은 다른 누군가의 힘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13. 나라의 간병 지원 제도는 꼭 확인해서 이용한다.
14. 병자와 고령자는 인생의 진리에 더 가까이에 있다.
15.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때는 거절할 여지를 남긴다.
16. 도움의 손길을 받으면 인간은 달라질 수 있다.
17. 인생은 직선이 아닌 곡선이다.
18.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존경’이다.
위의 ‘Point’를 그대로 옮겨보니 책을 읽으면서 이해했던 느낌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작가는 각 장마다 3개의 포인트로 그 장을 마감했습니다. 모두 6장으로 이루어져 18개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포인트를 확인하고 당해 장을 대충 훑어 읽으시면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작가의 주장을 오해 없이 이해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블로그 글로 책 한 권을 정리한다는 것이 당초 가당치 않습니다. 책을 찾아 읽으시면 치매에 대하여 이해를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주변에 치매 환자가 너무도 많습니다. 치매 자체가 지옥은 아니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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