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에 대한 초기 반응은 주로 호기심과 경탄이다.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사람들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종태 기자가 기사의 첫머리에 쓴 글입니다. 호기심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책을 찾아 읽어보지만 도대체 무엇을 목적한 기술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세월이 흘러 “일상생활은 물론 직업 세계와 자신의 계급적 지위, 사회적 윤리, 나아가 글로벌 지정학 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을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기자의 기사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제공하고 있어 거기에 지식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리해 봅니다.
1. 새로운 발전 단계로 접어들 생성형 인공지능(AI)
생성형 AI가 산업과 직업 세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전망이다. 지적 업무들이 자동화되고 있다. 재고. 재무. 인사 관리 등 비교적 반복적이며 숫자와 데이터를 다루는 직무들은 자동화하기가 더 쉽다.
생성형 AI의 야망은 개별 직무의 자동화를 훌쩍 뛰어넘는다. 직무를 연결하고 총괄 관리하는 경영 기능 역시 자동화될 수 있다.
의료나 금융 같은 전문직도 자동화와 무관하지 않다. AI는 환자의 의료기록, 증상 등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들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한다. 엑스레이나 MRI 같은 이미지도 분석 판단할 수 있다. 금융부문에선 고객들의 신용. 소득. 소비 정보들을 종합해서 대출 신청자의 원리금 상환 가능성을 추정해 낸다. 수많은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들로 조합할 수 있는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검토해서 ‘최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것은 인간 펀드매니저에게 기대하긴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지적 직무의 자동화는 비교적 서서히 그러나 착실하게 진행될 것이다. 생성형 AI의 위력이 당장 과시될 부문은 ‘정보 검색’이다. 지금의 용어 검색을 넘어 유저의 질문을 입력받고 그 맥락을 파악해서 종합적 답변까지 제공해 준다. 지금의 검색 엔진이 도서관 사서라면 생성형 AI검색은 만물박사인 셈이다.
기존의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차이는 다음 기회에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을 소개할 때 정리하겠습니다. 정재승의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종태 기자의 이런 정보 때문일 것입니다.
2. 수억 배 속도 빨라진 양자 컴퓨터
지금의 컴퓨터에게 미로 찾기를 시킨다면 그 속의 길들을 하나씩 모두 통과(계산을 하나씩 처리)한 뒤 정답을 제시한다.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다.
양자 컴퓨팅은 양자(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며,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의 역학적 현상을 활용하면 정보를 더욱 빨리 계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양자 컴퓨팅은 미로의 모든 길을 하나씩이 아니라 동시에 탐색해서(여러 계산을 한 번에 동시 처리) 가장 빠른 길을 찾아낸다. IBM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는 2025년 현재 시스템보다 1억 배 빠르게 정보를 처리한다.
양자 컴퓨터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2025년이 이른바 “큐데이(Q-Day.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날)’의 도래를 알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포브스. 미래학자이자 유명 테크놀로지 전문 저술가 버나드 마르)
3. 단순 작업에서 해방된 로봇
로봇은 공장에서 하나의 작업만 반복하는 산업기계로 사용되어 왔다. 최근 다양한 환경에 배치되어 여러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생성형 AI덕분에 로봇들이 새로운 작업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두뇌에 심는 반도체 칩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회사인 뉴럴링크와 MIT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시키는 기술(BCI)을 개발 중이다. 컴퓨터는 두뇌의 신호를 읽을 뿐 아니라 특정 정보를 두뇌로 전송해 그의 감각이나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써 생산성 향상은 물론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뉴럴링크는 두뇌에 소형 반도체 칩을 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5. 탈탄소 기술 발전과 비즈니스 확산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트럼프 취임 후에도 탈탄소 기술과 관련 비즈니스는 발전. 확산될 것이다. 이미 투자된 돈이 엄청난 데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에너지보다 재무 측면에서 효율적이란 점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태양광에너지 부문, 풍력에너지 발전이 주목받고 있고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불규칙적이라는 결점은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대규모 에너지 저장이 가능해지면서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6. 생명 공학 기술의 용도 확대
생명공학에서 최근의 혁신은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생명 공학 기술로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찾아내고, 이를 예방하거나 치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교체하고 심지어 새로운 유전자를 추가하는 기술을 ‘유전자 가위’라고 부른다.
7. 클라우드와 에지(edge) 컴퓨팅의 효율적 결합
클라우드란 거대 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에지 컴퓨팅은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가 아니라 데이터가 생성되는 곳(에지)에서 바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여 즉각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다. 최근 출시된 인공지능 탑재 스마트폰이 에지 컴퓨팅의 사례 중 하나다. 이런 스마트폰은 해당 디바이스 내에 장착된 ‘소형언어모델’로 클라우드의 대형언어모델(LLM)과 대등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8. AI거버넌스 플랫폼
AI의 출력 과정을 추적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은행에서 사용되는 AI가 어떤 이에게 ‘대출 부적합’ 판정을 내렸을 때 당사자의 항의를 받을 수 있다. 은행 측은 적절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 AI가 어떤 기준에 따라 의사를 결정했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AI의 블랙박스 문제’라고 부른다. AI 거버넌스 플랫폼은 AI가 어떻게 작동해서 특정한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투명하게 드러내 사회적 신뢰와 승복을 얻기 위한 장치다.
이외에도 ‘공간 컴퓨팅’ 5G보다 50배 빠르다는 6G 등이 앞으로 주목받을 기술로 거론되고 있단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설명이 알듯 말듯합니다. 이렇게 한번 정리라도 하면 다음 기회에 그냥 스쳐가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바뀌고, 저는 3.6.9.로 나이를 빨리 먹고 있습니다. 남은 세월, 세상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로 살고 싶습니다. 희망일 뿐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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