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센류’는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의 주최로 2001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센류 공모전의 이름입니다. 2011년과 2012년의 입선작을 포함해 여든여덟 수를 모은 ‘실버 센류’ 걸작선입니다. 하이쿠는 들어봤지만 센류는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하이쿠와 비슷한 일본의 정형시로 5-7-5의 총 17개 음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수록된 작품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작자는 뺐습니다. 책에서 찾아보세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LED 전구 다 쓸 때까지 남지 않은 나의 수명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 “노환입니다”
자명종 울리려면 멀었나 일어나서 기다린다
영정 사진 너무 웃었다고 퇴짜 맞았다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 찾기
비밀번호 카드가 많아져서 뒷면에 적는다
몇 줌 없지만 전액 다 내야 하는 이발료
두 사람의 연애담 처음 들은 장례식 날 밤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있다
젊게 입은 옷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깨닫는다
입장료 얼굴 보더니 단박에 할인해 줬다
생겼습니다 노인회의 청년부
찾던 물건 겨우 발견했는데 두고 왔다
동창회 식후에는 약 설명회
손주 목소리 부부 둘이서 수화기에 뺨을 맞댄다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내복약에 절어 산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 고인이 연 이어주는 장례식장
요즘은 대화도 틀니도 맞물리지 않는다
정년이다 지금부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지
자기소개 취미와 지병을 하나씩 말한다
희수(熹壽는 77세를 말합니다)지만 은사 앞에서는 아직 여고생
웃픈 센류에 마음이 더 가는 것을 보니 나도 늙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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