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던 중 아내에게 수학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용되느냐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시큰둥한 반응이 옵니다. 이해를 못 했나 생각하고는 책 속 수학의 용례 몇 가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불만스러운 말투로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걸 우리가 알 필요가 있어?” “그래도 상식으로 생각하면 재미있지 않아?” 제 말에 “당신은 사람 마음을 제대로 아는 방법 같은 유용한 책이나 읽어라.” 책 읽은 자랑을 하다가 괜히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제 말의 어떤 게 아내의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습니다. 수학을 이용하면 아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란 게 존재할까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인간 중심으로 만물을 잰다는 말입니다. 크다 작다는 기준은 우주의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다는 말이겠지요. 63 빌딩이 수십 년 간 우리나라에서 최고 높은 건물로 존재했지만, 지금은 잠실에 있는 사우론(반지의 제왕)의 탑인 롯데월드타워에 1등 자리를 내어주고는 12위로 순위가 밀렸습니다. 1985년 사람들과 2024년 오늘, 사람들의 높이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SIZE’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이 어디에 사용될 수 있는지는 읽는 내내 오리무중이었고, 다 읽고 나서도 알 수 없었습니다. 세상에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게 크기(SIZE)일까 동의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크기를 알기 위해서 측정을 하고, 비례와 대칭이 아름답다는 인간의 기준으로 황금비라는 것을 설명하지만 과연 그런 비율이 있기나 한 걸까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의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인체측정을 통하여 항공기의 좌석을 만든다는 설명을 읽지만 짧은 비행인 제주행 비행기의 좁아터진 좌석에서 고생을 한 경험이 있는 저는 인체측정학은 돈 버는 과학에서는 불필요한 사치임을 확인하면서 세상의 부조리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런 꼴은 법학이라고 다른 게 없습니다. 12.3 비상계엄(용산 이무기의 지랄발광)이 내란이 아니라는 궤변은 헌법학이 세상의 장식물이었음을 증명합니다(그런데 국회 기능부터 정지시키려고 한 작태를 보면 헌법의 힘을 제대로 알긴 합니다).
세상을 크기로 설명하려는 책을 읽으면서 또 오지랖이 넓어 세상 이야기로 옮겨 갔습니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340쪽의 길고 어려운 내용을 마지막 장에서 1,000자, 100자, 10자 그리고 1자로 요약을 했습니다. 제가 옮기면 이 책을 읽는 수고를 하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마지막 1자 요약만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요약본은 직접 읽으시기 바랍니다.
‘크기 SIZE.’
수학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만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언어를 많이 알수록 세상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계속 힘닿는 대로 최선을 다해볼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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