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소설가라고 부릅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소설가는 자료를 조사합니다. 자료가 부실하여 리얼리티가 떨어지면 작품에 몰입할 수 없습니다. 소설가의 관심과 지적 능력이 우수하다고 할지라도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조사는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로빈 쿡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가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는 짐작을 합니다. 존 그리샴의 소설을 읽으면 그가 법과 관련한 직업을 가졌을 것으로 추리할 수 있습니다. 두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의학에 관한 호기심이 충족되고 사건을 분해하고 해석하는 법적 능력을 확인합니다. 그들이 공부하고 직업을 통하여 배운 지식은 훌륭한 글솜씨와 어울려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치밀함으로 독자들은 이야기에 빠져 책이 끝날 때까지 딴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조광희 작가의 직업은 변호사라고 합니다. 그도 직업을 바탕하여 작품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리셋’ ‘인간의 법정’을 읽지는 않았지만 제목만으로도 그의 직업이 바탕된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밤의, 소설가’는 법정이 소재로 쓰이긴 하지만, 그의 직업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최근 관심을 모은 AI가 주요 소재로 사용된 작품입니다. 작품의 처음은 관심을 가지고 읽게 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떨어집니다. 반전을 만들어 독자를 놀래키려 한 의도는 짐작이 갔지만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책을 읽고 기억을 위하여 독후감을 시작하는 것이 힘이 듭니다.
AI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지 못한 저를 탓해야 하는 것이 정당하겠지만 작가의 섬세함이 부족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작가와 AI가 공동 작업을 통하여 소설을 쓴다는 발상과 AI의 공격에 대한 불안감은 이야기의 신선함을 떨어뜨렸습니다. AI에 대한 자료 조사가 피상적이어서 그랬을까요? 책을 읽고 쓰는 이 글 역시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조사도 부족한 상태여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의 연속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음 기회에 조광희 변호사의 다른 작품을 읽을 기회가 생기면 저의 감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작가의 작품 의도를 이해하면서도 공감을 못한 것은 저의 불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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