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신문지와 방송국에서 한 꼭지 이상의 기사를 내보냅니다. 대단한 상이라고 하지만 실제 얼마나 권위 있고 훌륭한 상인지는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각 부문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하지만 훌륭한 성과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가 보다’ 짐작만 합니다. 한때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출판사들이 급히 수상자의 작품을 출판하곤 했습니다. 그분들의 책을 몇 권 읽은 경험은 있지만 그게 그렇게 훌륭한 작품인지는 수긍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고 해도 관심이 가지 않았을 겁니다.
욘 포세라는 노르웨이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서 책을 고른 게 아닙니다. 책을 소개할 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는 소개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소개를 했지만 심리학 실험에서 모두가 놓친 고릴라 탈을 쓴 사람 꼴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루함에 압도당한 사람이 차를 몰고 결국 도달한 숲의 막다른 길에서 경험한 임사 경험을 80쪽에 걸쳐 이야기합니다. 지루할 듯한 이야기이지만, 계속되고 반복되는 표현이 중복되지만 겹친 이야기에도 지루함은 들지 않습니다. 지루함에 지친 사람이 단지 운전을 할 뿐 목적지도 없이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길을 선택하며 가다 만난 숲의 막다른 길에서 결국 죽음을 맞는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그의 이야기를 긴장한 채 따라갑니다. 숲을 벗어나기 위하여 길을 찾거나 차를 견인해 줄 사람을 찾는 등 펄떡펄떡 뛰는 생동감을 찾을 수 없는 주인공의 행동에서 죽음을 예감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의료적 기준에서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경험에서 밝지만 눈이 부시지 않고,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빛을 보았다는 임사 경험은 어린 시절 어쩌다 한 번씩 볼 수 있었던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임사 경험의 글을 기억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만난 분들의 경험과 그들의 경험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거기에다 책에서는 ‘말씀’도 있습니다. 부모님도 만나고 자기를 인도하는 하얀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맨 남자도 나옵니다. 하나님을 경험하는 일은 반드시 죽음과 함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죽음을 겪은 사람들은 빛과 함께 어떤 존재를 느꼈다고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전했습니다.
‘샤이닝’이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우리말로 바꾸면 어떤 말이 될까요? 스티븐 킹의 소설 ‘샤이닝’이 연상되어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번역을 한 손화수 씨의 해설은 친절이 지나쳐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여러 감흥을 단정적으로 제본하여 주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어떤 책은 너무 많은 사람이 읽어 책이 해지고 책장의 어떤 쪽이 너덜너덜 곧 떨어질 것 같아도 좋기만 할 때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의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없는 것 같아도 생각을 하게 하고 어떤 삶과 죽음을 준비해야 할까 자문하게 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제 죽음길에도 찾아오실지 궁금해지기도 했고, 주인이 죽으면 키우던 반려동물이 제일 먼저 반긴다고 하던데 최근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삼식이도 그럴지 확인을 할 수 있는 죽음이 두렵고 부정적이기만 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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