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빨간 집. 리브 앤더슨 지음. 최유솔 옮김. 그늘 간행

무주이장 2024. 8. 1. 15:09

정유정의 종의 기원에서 새로운 인간종을 보았습니다. 자신을 낳고 기른 엄마와 엄마의 자매, 함께 자란 형을 살해하면서도 마음의 동요가 없는 전에 본 적이 없는 인간종의 출현을 작가는 흥미진진하게 풀어냈습니다. 읽으면서 불편한 느낌은 오히려 독자의 몫이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전개한 작가는 당초 계획했던 이야기를 세 번에 걸쳐 고쳐서 완성했다고 하니 그도 또한 많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불편하지만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패륜입니다. 비속과 존속 살해입니다. 그런데 그 반대는 어떨까요?

 

 어머니가 자식을 학대하고 딸을 죽인 살인자를 확인하기 위하여 또 다른 자식을 미끼로 쓴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친딸이 납치된 후 살해되었고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엄마는 결국 딸도 찾지 못하고, 아마도 딸을 죽였을 살인자도 잡지 못한 채 상실감에 두 아이를 입양하였다고 합니다. 입양을 한 마음과 키우던 중 다른 마음을 갖게 된 엄마의 가학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새로운 종의 기원이 될 것 같았습니다. 파양을 하면 될 것을, 계속 키우면서도 시간과 장소를 정해 무전여행을 시키며 불편하고 불안하며 위험하기까지 한 경험을 딸에게 겪게 한 엄마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한두 번도 아닙니다. 독립심을 키우게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보였습니다.

 

 리브 앤더슨의 빨간 집은 독자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야기 속에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종인 소시오패스 엄마를 이해하려고 뚫어지라 책장을 넘겼고, 이야기를 전하는 문장과 문장을 봤습니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복선을 찾으려고 글의 부호 하나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러나 역시 알 수 없었습니다.

 

 지면이 53쪽에 이르렀을 때 저는 호기롭게 코니 포스터가 상속받은 빨간 집은 엄마 이브의 딸 켈리 포스터가 납치된 집일 것이라고 추리했습니다. 그리고 97쪽에 이르러 이브와 코니, 리사가 살았던 버먼트 주에 있는 집 지하실에는 켈리를 납치 살해한 범인과 관련된 자가 감금된 것으로 추리를 했습니다. 이어 142쪽에서는 이브의 잔인함은 딸 켈리를 찾는 과정에서 예리하게 벼려져 시퍼렇게 날이 선 결과 만들어진 성격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딸을 잃은 상실감에 소시오패스가 된 엄마가 자신을 닮은 입양된 딸 코니에게 친딸 켈리가 희생당한 집을 상속하면서 친딸의 살인범을 잡으라는 명령을 하였고 이러한 명령을 이행하기에 적합한 경험을 얻기 위하여 위험한 여행을 경험하게 한 것이라고 추리하였습니다. 저도 이제 엔간한 추리소설 독자가 되었다는 희열감이 엄지발가락에서부터 종아리를 타고 올라와 등골에 전류를 흐르게 하더니 종국에는 뒷골에서 번쩍 불이 튀어 짜릿했습니다.

 

 엄마를 죽이는 정유정 작가가 탄생시킨 인간종과 엄마가 자식을 죽이는 리브 앤더슨이 만든 새로운 인간종이 만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추리는 모두 엉터리였습니다. 그렇게 당연하게 이해되면 안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리 차일드가 만든 잭 리처보다는 리브 앤더슨이 만든 코니 포스터가 보통의 사람과 가까웠고 그래서인지 더 매력적입니다. 작가의 성별이 달라 여성의 섬세함이 조금 더 돋보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취향의 차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빨간 집인계철선을 압도했습니다. 리브 앤더슨의 필명인 웬디 타이슨은 다른 소설도 쓴 모양입니다. 찾아 읽어볼 생각이 가득합니다. 저의 엉터리 추리 말고 진짜 이야기는 책을 읽으시면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540여 쪽의 두께가 가볍기만 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