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을 계속해서 읽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지루한 듯 지루하지 않고 세상 여기저기에서 늘 일어나는 흔한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그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여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검색해 보기도 합니다. 소설책이 따로 정답지를 책 뒤에 준비한 수련장이 아니기에 사람들의 의견은 미묘하게 다릅니다. 세상사라는 것이 사람들이 얽혀서 만들어지니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소설 읽기를 권합니다.
요즈음이야 성형수술이 워낙 발달해서 어머님 날 낳으시고 선생님 날 고치시니 아이를 갖는다는 것에 부담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태어나서 성형이 가능한 나이가 될 때까지 곁에 두고 늘 봐야 하는 아이가 기왕이면 예쁘면 좋겠지요. 그런데 그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영화 ‘담보’와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 나온 박소이 정도로 잡으면 욕심이 너무 많겠지요? 못난 아기를 키우며 아이의 미래를 기대하는 부모를 보고는 생각을 바꾸어 임신을 결심하는 부부의 이야기(깃털들), 이혼 후 이사한 집에서 생활태도를 바꾸고 다시 아내와 재결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늘 배려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집주인의 집을 빼라는 요청에 허물어집니다(셰프의 집). 남편이 실직한 후 소파에서만 지내는 과정을 아내가 무기력하게 지켜보거나(보존), 이혼 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들을 만나러 가는 부담감은 결국 내려야 할 기차역에서 아버지의 발을 잡습니다. 내리지 못하고 차창 밖으로 마중을 나오겠다던 아들의 모습이 안 보여 오히려 안도하는 그의 모습이 서글픕니다(칸막이 객실).
지난번 읽었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수록되었던 ‘목욕’과 같은 이야기가 있기에 중복된 수록으로 짐작했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와 생일 케이크를 만든 제빵사와의 갈등과 위로의 이야기로 ‘목욕’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해졌습니다. 부모의 무기력함과는 다른 금방 구운 따뜻한 빵 같은 위로가 되는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무기력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태도(비타민)에 공감이 가면서도 안타까움이 전해졌습니다. 세상을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풀리지 않는 일상이 당연하여 안타깝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술을 끊지 못하는 알코올중독자의 일상(신경 써서), 알코올중독을 극복하려 입소한 치료센터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지만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역 대합실에서 만난 무언가 사연이 있는 사람들, 하지만 그 사연이 무엇인지 작가는 성실하게, 정확하게 설명을 않습니다. 만났다 금방 헤어져 관심이 사라질 당연한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 것도 소설이 됩니다(기차) 갑자기 떠난 아내에 당황하는 남편, 베이비시터를 급하게 구했지만 아이들이 방기 된 것을 확인한 아버지의 황당함(열)은 그 이야기를 통하여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만 짐작만으로 열을 식힙니다. 말을 키우다 말을 키울 곳이 없는 아파트로 이사 온 홀리츠 가족의 이삿짐에서 발견된 굴레는 그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전전하는 삶을 상징하는 듯합니다(굴레). 그래도 사람들은 처음에는 편견과 고집으로 뭉친 태도를 고치기도 합니다. 맹인에게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성당을 눈을 감고 펜을 쥔 손을 같이 포개어 대성당을 그리며 이해하고 공감을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대성당)는 우울하고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를 희석시키며 희망을 전하려고 발버둥 치는 듯합니다. 대성당을 책의 마지막에 둔 의도가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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