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물질의 세계.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인플루엔셜 간행

무주이장 2024. 7. 10. 10:47

 45억 년 전 지구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시작된 지구의 역사를 배우며 상식을 늘려왔습니다. 푸른 별이라 불리는 지구에서 우리는 여러 학문을 만들었습니다. 학문은 체계가 있습니다. 저는 학문에 대한 근본이 없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직접 찾기는 힘들었습니다. 평소 갖고 있던 궁금증은 무의식 어딘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책을 소개할 때 벌떡 일어난 궁금증은 의식의 세계로 뛰어듭니다. 재미있게 읽기는 하지만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관심을 가지고 듣게 되고, 나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은 덕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책이 책을 소개한다고 합니다. 난수표 같았던 원소주기율표를 조금 이해하고는 세상의 물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지구에 생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산소 때문이었습니다. 지구의 환경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이산화탄소라고 합니다. 지구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를 이해하려면 지질과학의 정보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물질의 세계책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정보에서 출발한 호기심 때문입니다.

 

 저자 에드 콘웨이는 인류 문명을 이끌었던 물질을 6가지로 소개합니다. 모래, 소금, , 구리, 석유, 리튬입니다. 구리와 철은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를 이끌었던 주역이라 이해가 되었습니다. 석유는 석탄과 함께 산업혁명의 에너지원이라 머리가 끄덕여집니다. 리튬은 전기차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던 에너지를 보관하고 충전하는 배터리의 원료로서 현재 자원 전쟁의 주역입니다. 그런데 모래와 소금이라니?

 

 모래는 유리를 만드는 주역입니다. 유리는 근본적 혁신이라고 합니다. 역사가 앨런 맥팔레인과 게리 마틴이 인류의 지식을 고양한 위대한 실험 20가지를 조사했는데 20가지 중 16가지가 유리 프리즘, 유리 용기, 유리 장치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55) 유리는 또한 광섬유 시대를 열었습니다. 1870년대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 이래로, 정보는 대부분 구리선을 통해 전달됐습니다. 이는 매우 멋진 해결책이었으나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전화 신호가 약해져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거 장거리 전화를 전화국에 요청하여 통화를 하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현대적 통신 수단은 어떤 방식이든 모두 광섬유를 활용합니다. 본질만 놓고 보면, 광섬유는 한 개 혹은 두 개의 기다란 유리선으로 되어있습니다.(79~80)

 

 모래는 콘크리트를 만드는 주 재료입니다. 모래와 자갈, 시멘트의 혼합물인 콘크리트는 아주 비상한 물질입니다. 몇 년 전, 멕시코는 빈민가에 흙바닥을 포장할 수 있도록 시멘트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기생충 감염률이 78퍼센트나 떨어졌습니다. 설사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숫자가 절반이나 줄었고, 빈혈로 고생하는 어린이들도 80퍼센트나 감소했다고 합니다.(94) 흙길이 없어졌다고 불평했던 제가 당황스럽습니다. 콘크리트 양생은 100년 간 지속된다고 들었는데, 유리와 마찬가지로, 콘크리트가 경화될 때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직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래가 콘크리트 문화를 만든 주역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래는 실리콘의 원료가 됩니다. 실리콘은 유리가 될 수 있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고, 콘크리트가 되어 건물을 지탱할 정도로 단단합니다. 주기율표의 다른 원소들과 차별화된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어서 반도체가 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수십 년간 과학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이례적인 물질입니다. 반도체는 구리처럼 전기를 전도하거나, 유리처럼 전기를 차단하지 않습니다. 한동안 이 물질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반도체를 일종의 스위치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114~115)

 

 저자는 모래 이야기로 시작하여 유리, 콘크리트, 실리콘, 반도체로 이야기를 이끕니다.  반도체가 어떻게 전 세계의 여러 공장을 이동하며 만들어지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일본이 우리에게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반도체 제조 공정상 필요한 몇 개의 물질은 세계 여기저기에서도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일본이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기에 공급체인의 한 고리를 끊어 위협을 했지만 물질의 세계는 전 세계가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고 기술은 비록 극비로 관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유기체의 기능을 포기하면 생명체는 존속이 불가능합니다. 눈이 최고라고 자기 기능을 하지 않고 손이 자기가 최고라고 뻐기며 제 일을 하지 않으면, 발은 태업으로 맞설 것입니다. 몸속의 내장기관들이라고 자기 자랑이 없을까요? 자기 자랑에

도취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유기체인 사람은 살 수가 없습니다. 일본이라고 혼자 살 수 있을까요?

 

 저자 에드 콘웨이의 6개의 물질 이야기가 600쪽 남짓의 긴 이야기가 된 것은 지구에 사는 인류의 문명은 유기체임을 설명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인류 문명을 만든 물질 6개의 시작과 끝을 따라가며, 채굴현장을 직접 찾고 연관된 제품의 제조 공정을 보고 이해하고 느꼈던 그의 이야기는 비록 책의 두께를 키워 얼핏 부담을 갖게 하지만,  읽는 내내 너무 잘 읽힙니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소금이야기요? 그건 책에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것 또한 긴 이야기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4개의 물질도 마찬가지이고요.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