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위한 과학서의 매력에 빠져 제 능력도 잊은 채 구입한 책입니다. 부제가 ‘확률,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해 온 수학의 역사’입니다. 과거 재미있다는 말에 끌려 수학에 관한 책을 샀다가 책을 끝까지 넘겨보지도 못 한 경험이 있었건만… 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래도 책장은 끝까지 넘겼습니다. 앞부분과 책의 뒷부분에서 제가 넘긴 책의 요지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저처럼 분별없이 고른 분들에게 권할 수 있는 말은 1장과 18장을 읽으시고 특별히 이해가 되고 관심이 가는 장을 골라서 세부내용을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사실 이해를 못 한 책을 권하는 것은 여러분의 독서 생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말이지만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이 이해 못 하거나 예측 못 하는 일들에 대하여 예측과 확신을 가지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가 알게 하는 책은 분명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려고 노력한 수학(자)의 역사라는 부제는 그렇게 해서 붙인 것입니다.
어린 시절 본 영화에서 미국의 백화점 임원들이 물건의 진열을 어떻게 해야 먼저 입고된 물건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을지를 의논합니다.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을 줄이려는 노력입니다. 촬영된 필름을 틀어놓고는 소비자들이 진열된 물건을 어떻게 골라서 카트에 담는지를 보면서 진열 방법을 의논했는데, 그들의 치밀함에 놀랐던 기억이 났습니다. 물건의 진열 하나에도 과학이 있구나 놀랐습니다. 꾸준히 관찰하면 알 수 있구나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의 뇌가 판단을 할 때는 다른 방법을 이용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책에서 보면서 역시 세상은 단순하지 않구나 새삼 느꼈습니다(그 방법이 뭐냐고요? 함부로 말했다가 엉터리 정보가 될 것 같아 말씀을 못 드립니다. 책에서 확인하세요).
저자는 결론을 이렇게 맺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는 우리를 괴롭히지만 우리는 세계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불확실성에 대한 매우 다양한 유형과 의미의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진다. 미래는 불확실하나 불확실성의 과학이야말로 미래의 과학이다.”(445쪽)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미래를 예측해 왔는가” 이 말에 모든 내용이 담겼다고 저는 보았습니다. 그저 미래에 운명을 맡기면 될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의 삶을 불편하게 여깁니다. 전에 읽은 뇌과학에 관한 책은 진화생물학의 입장에서 설명했지만 이 책은 수학의 관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해 왔는가를 설명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을 때 ‘신의 의지’라고 생각했던 시대를 넘어 과학으로 미래를 예측하려고 했던 시대가 옵니다. 과학의 발전은 확률, 통계학, 기초 물리학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고 확신하던 믿음은 서서히 깨져 갑니다. 혼돈 이론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해 못했습니다. 양자 물리학이 뉴턴의 고전 물리학과 무엇이 다른 지도 설명하지만 역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온통 ‘못 했다’는 단어뿐이군요.
저자는 제1장 마지막 문장을 환영사로 맺습니다만 쉽게 초대에 응하는 것은 신중히 결정하실 일입니다. 그의 환영사를 소개합니다.
“자. 불확실성의 여섯 시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질의 세계.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인플루엔셜 간행 (0) | 2024.07.10 |
---|---|
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지음. 이희재 옮김. 김영사 (1) | 2024.07.07 |
시사in 875호 당원권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전혜원 기자 (0) | 2024.06.25 |
어떻게 (살) 것인가. 이광수 지음. 에덴하우스 간행 (0) | 2024.06.20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지음. 돌베개 간행 (2) | 2024.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