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을 보는 시선의 차이
제인과 다이앤 그리고 비루테가 추구한 것은 옳았으며 그들의 성취는 감탄할 만한 것으로 여겨짐에도 아직도 어떤 이들은 이 여인들에게서 뭔가 불온한 것, 뭔가 미심쩍은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들이 연구 대상 동물에게 이름을 붙인 것이 그 하나입니다. 엄밀한 기록을 위해 각 개체를 서로 분간하는 일은 오늘날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물들과 개체로서 관계를 맺는 것, 혹은 그들과 독특한 관계를 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그들은 봅니다. 인간 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나 응당 인간 세계에 봉사하고 인간 세계에 머물고 인간 세계를 지원하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며 세 연구자를 비판합니다. 인간행동학자는 우리 인간이 동물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품는 것에 대해 동물에게 느끼는 친근감이나 우정 같은 감정은 인간 정신이라는 배선 장치가 순간적으로 오작동을 일으킨 결과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좀 더 땅과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서양 문화보다 더 오래된 다른 문화권에서는 사람들이 자기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위계의 꼭대기에서 다른 동물을 낮추어 보는 짓 따위를 결코 저지르지 않습니다. 생명은 동물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으로 나뉠 수 없으며 생명은 연속적이고 상호작용하며 상호 의존적이라고 이해합니다. 그들의 시각으로 보면 동물의 삶, 동기, 사고, 감정은 인간의 주목을 끌고 인간에게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인과 같이 연구했던 게자 텔레키는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와 맺는 관계는 상호 호혜적이지만 그 침팬지가 인간과 맺는 관계는 언제나 침팬지 입장에서 침팬지가 주도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비루테도 오랑우탄은 어느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침팬지나 오랑우탄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이 기존의 다른 과학자들의 주장과 다른 연구방법을 택한 것은 이유가 있고 타당하며 이로써 우리가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연구하는 것은 연구자의 가설과 그에 따른 시선이 아니라 연구대상의 시선과 행동 그리고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연구자들이 젊은 나이에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연구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정해진 기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는 평생을 바치게 합니다. 그들의 연구는 지금도 방법이 계승되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연구자들이 그들의 뒤를 이어 우리와 같은 땅에서 살고 있는 많은 동물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인간의 태도가 타협적이고 공존적으로 변할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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