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의 시원, 루이스 리키
그저 어쩌다 한 번씩 침팬지 이야기가 나오면 듣게 되는 이름이 제인 구달이었습니다. 온화한 모습의 할머니가 침팬지와 같이 있는 사진이 기억이 납니다. 그에 비해 다이앤 포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본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밀렵꾼들에 의해 도살되어 목과 손목을 잘린 고릴라 사체와 밀렵꾼에 도전하는 주인공. 결국 밀렵꾼에 의해 살해당한 연구자의 이야기가 다이앤 포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영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제가 다이앤 포시에게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아프리카인다운 방식으로 고릴라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유독 세 명의 연구원 중에서 더 매력을 느꼈습니다.
오랑우탄은 비루테 갈디카스가 인도네시아에서 연구를 했습니다. 침팬지, 고릴라 그리고 오랑우탄은 영장류에 속합니다. 이들 영장류에 대한 연구를 하게 한 사람이 영국 성공회 선교사의 아들인 루이스 리키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1931년 누구도 인간 조상의 화석 뼈가 아프리카 땅에서 발견되리라고 믿지 않았던 당시 루이스는 자기가 태어난 아프리카도 인류의 발상지라고 믿고 인류의 조상 화석을 발굴하려고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1959년 7월 17일 ‘진잔트로프스’로 명명된 두개골을 발견하였고 그 뒤 1년쯤 지나 ‘호모하빌리스’라 이름 붙인 화석을 발견합니다.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 지금의 자기를 만든 것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화석화된 인류 선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살아 있는 친척들인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관찰 연구를 제안합니다. 이 제안에 매력을 가지고 참여한 이들이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그리고 비루테 갈디카스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루이스 리키의 제안에 끌린 이들의 평전이 ‘유인원과의 산책’이라는 제목의 이 책입니다.
영장류와 인간을 가르는 기준의 모호성
동물학자들은 인간과 유인원 사이를 가르는 넓은 틈이 있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전보다 훨씬 덜 언급하게 되었고, ‘틈’ 대신 경계‘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선’이라는 것도, 하버드 대학 영장류 학자 어빈 드 보레의 말에 따르면, “과거보다 훨씬 흐릿”해졌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과 다른 영장류를 가르는 이 선의 구성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이제 더는 도구 사용으로 그것을 정의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에 대한 보고는 제인 구달이 했다고 합니다.
연구가 다섯 달째 접어들었을 때 제인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제인이 침팬지에게 붙인 이름입니다)가 암컷 한 마리와 어린것 한 마리와 함께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암컷과 어린것은 구걸하듯이 그의 입을 향해 손을 쭈욱 뻗었고,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는 입속의 분홍색 물체를 나뭇잎과 함께 씹어 암컷 손에 뱉어 주었습니다. 분홍색 물체는 데이비드가 사냥한 후 먹고 있는 덤불멧돼지의 새끼였습니다. 그때까지 과학자들은 침팬지를 채식주의자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곤충, 혹은 작은 쥐 나 다람쥐 같은 설치동물로 음식물을 다소 보충했을 수는 있다고 짐작했지만 아무도 침팬지가 그렇게나 큰 포유동물을 사냥하고 죽이고 먹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그리고 2주 정도 지나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가 흰개미 둥지에 긴 식물 줄기를 밀어 넣은 채 붉은 흙무더기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을 봅니다. 몇 분 후 데이비드는 식물 줄기를 꺼내 그 끝에 달린 흰개미를 입술로 확 잡아채는 것을 관찰합니다. 세심하게 새로운 식물 줄기, 작은 가지, 덩굴 등을 골랐고 멀리서 ‘예비용’을 모아 오기도 하면서 그들이 조심스럽게 나뭇잎을 떼어 내며 정성껏 작은 가지를 다듬는 모습도 봅니다.
제인은 자신이 발견한 두 가지 사실을 즉시 루이스에게 해외 전신으로 알렸습니다. “침팬지도 인간처럼 큰 포유동물을 사냥해서 먹을 줄 알고, 그 사냥감을 서로 나누어 먹을 줄도 압니다. 또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할 줄도, 만들어 쓸 줄도 압니다.” 이로써 동물과 인간을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준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다른 많은 동물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면 다른 기준은 무엇일까요? 추론능력을 말하기도 하는데 오랑우탄은 나무 상자 위에 또 다른 나무 상자를 쌓은 후 그 위에 올라 나무막대로 때려서 천장에 끈으로 매달린 바나나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잽싸게 알아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추론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또 다른 기준은 언어가 아닐까요?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언어를 이해하고 언어를 만들어내는 법을 배우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선도적인 연구자 로널드 슈스터먼은 “언어의 구성 요소는 모든 척추동물에서 ‘십중팔구’ 존재하며 모든 포유동물과 조류에서는 ‘100퍼센트 확실하게’ 존재한다.”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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