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이야기는 현재를 바탕 삼아 만들어집니다. 황당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친 이야기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 부정하지 못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 때문입니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미래에 풀고 말겠다는 의지에 마음이 불타기도 하고, 사람에게 실망하여 도저히 긍정적인 세계를 기대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무간지옥 세상을 그리기도 합니다.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에는 수천 억 개의 별들이 존재하고 우리 은하계와 같은 우주가 역시 수천 억 개가 있다고 하니 외계인이 없다는 주장을 할 수도 없다며, 외계인이 지구를 공격하는 이야기도 있고, 외계인과 평화적인 교류를 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도 그를 따라 그가 이야기하는 가깝거나 먼 미래로 저의 발이 쉽게 옮겨지지 않는 것은 오늘에 미련을 가진 저의 마음 때문입니다.
미래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을 하는 세상으로 그려집니다.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는 새로운 기술은 사이보그를 만들고 사람과 흡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을 돕습니다. 로봇이나 세상을 지배하는 시스템에 감정이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기계에도 감정이 있는 듯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감정은 사건의 발단이 되고 해결의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소외되고 고독하며 정신적 혼란을 겪습니다. 물질로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은 사람의 마음, 정신의 어딘가에 생긴 결핍일 것입니다. 결핍은 없다는 말인데 결핍이 생긴다는 표현이라니… 문제가 되는 마음의 결핍은 인간이 만들거나 생기게 한 것이니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만든 결핍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상상 속의 미래이야기이지만 우리를 그저 미래로만 이끌지는 않습니다. 발을 디딘 오늘을 계속 상기하게 만듭니다. 인간의 존재가 미약하거나 멸종을 앞둔 상황이라고 해도 사람을 떠나 사유할 수 없는 것으로 이야기를 풉니다. 세상을 뒤덮은 식물들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는 사람을 위협하는 식물과 교류하는 인간을 상상합니다.
효율을 극대화한 미래 과학세상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외떨어진 조그만 행성의 사람들이 쓰는 언어로 쓴 책을 파는 서점을 소개합니다. 이미 인류는 모든 뇌에 수만 개 은하 언어를 지원하는 범우주 통역 모듈이 설치된 지 오래지만 이 행성어는 통역이 불가능합니다. 딱 한 사람 여기의 행성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전뇌 통역 모듈 부적응자입니다. 언어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 자기가 쓴 책을 두 번째 읽을 사람에 즐거워합니다. 효율만을 따지는 미래에 효율성이라고는 거의 없는 행성어 서점이 존재하고 존재해야 하며 존재할 수 있다는 작가의 믿음에 공감합니다. 이렇게 작가의 글을 소개하니 사람이야기는 그것이 공상과학소설이든 추리소설이든 명랑연애소설이든 서스펜스호러든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우리가 여러 장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출근하면서 보는 지하철의 사람, 버스 속의 사람,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속의 사람을 보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무심함 때문일 것입니다.
도서관에 숨어 있는 작가의 글들을 더 찾아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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