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마을 도서관에는 신간도 꽤 많습니다. 제가 구독하는 주간지에서는 반드시 신간 만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들이 책을 소개합니다. 이 책을 검색하면 반 이상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분들이 이미 빌려간 책이라 기다려야 합니다. 읽고 싶은 책이라고 저장한 책이 100권이 넘어 빌릴 수 있는 책부터 보면서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예스24에서 구매한 이유는 기다리다 지쳤기 때문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좋은 문장에는 밑줄 쫙 그을 수 있는 내 책이 너무나 좋습니다.
저도 문과 출신입니다. 그럼에도 대중적인 과학서를 매우 좋아합니다. 과거에는 어려운 책을 끙끙대며 끝까지 읽었지만 요즘은 저의 이해 수준을 뛰어넘는 과학책은 일찍 책장을 덮습니다. 무리하게 읽는 수고를 않게 된 것은 제법 많은 과학서를 읽은 경험 때문입니다. 개념 정도만 이해가 되면 과감히 책을 덮을 수 있는 것은 저의 한계를 익히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적 충격을 받은 기억에 남는 인문서는 한 권입니다. 제목도 잊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기억합니다. 세계전쟁을 막는 방법은 국가를 하나로 통일하면 된다는 주장이었는데, 이를 세계국가라고 부른답니다. 세계국가에서는 국가 간의 싸움인 전쟁은 사라지고 만약 있다면 내전만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저자가 얘기하는 ‘그럴 법한 이야기’에 속하는 주장인지 지금도 아리송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현상을 달리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독특한 주장이었습니다.
지구의 둘레를 재는 방법을 처음 안 것은 에라스토테네스라는 것은 다른 책에서 봤습니다. 그 방법이 지극히 단순함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다시 났습니다. 지금의 지구 둘레 계측치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에 더욱 깜짝 놀랐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짓눌려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던 시절을 극복한 것은 많은 과학자들의 분투가 있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과학을 알면 인문학의 한계가 넓어진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처음 100분 토론이 방영되었을 때 우리는 그동안 입 안에서 맴돌던 말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에 흥분했습니다. 사람이 말을 못 하면 사람꼴을 갖출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함을 배웠습니다. 과학적 문제를 토론하는 경우에 그들의 이야기에 깊이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그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과학책을 읽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100분 토론 프로그램이 있는 모양입니다 만 거의 보지 않습니다. 토론이 없는 ‘100분 주장’은 소음일 뿐이기에 그렇습니다. 정치학도 과학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정치를 얘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과학적 사실은 거의 없습니다. 최근 조국혁신당의 출현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 딴지 걸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점쟁이들의 황당한 이야기와 비슷했습니다.
문과생들이 권력을 쥐고 국가의 자원을 배분하는 세상입니다. 그들이 설명하는 자원 배분의 근거는 ‘그럴 법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른 데도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췌언의 연속입니다. 문과 출신 저자가 설명하는 이 책의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그럼에도 왜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책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책을 읽기보다는 저자가 소개하는 과학책 한 권을 읽는 것이 더 좋을 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말로 글을 맺습니다. 이 책이 별로였다는 말이 아님은 더욱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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