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소설집입니다. 이야기 속에 빨려 들지도 책을 놓지도 못했습니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제가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사랑했던 케이케이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지만 왜 죽었는지는 모른 채 케이케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을 찾아온 외국인은 밤메를 찾습니다. 밤메인지 밤뫼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곳, 케이케이가 어린 시절 송장헤엄을 치며 놀던 곳은 이야기로 들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산업단지가 조성된 곳이었습니다. 이곳을 찾아 낯선 나라로 왔던 여인은 가슴속에 불꽃만을 기억할 뿐 케이케이에 대해서는 더 알지 못합니다.
2. 기억할 만한 지나침
고3이 된 아이를 가진 두 집이 바다가로 여행을 왔습니다. 고3이 된 아이들이 시험을 치를 때까지는 딴생각하지 말고 공부만 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계획된 여행이었습니다. 동행한 남자아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지만 관심이 없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답답함에 바다로 뛰어듭니다. 바다에 들어가 짠 바닷물이 입으로 들어오자 순식간에 고통을 느끼며 스스로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깜냥이 아님을 압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알던 세계 속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감을 가집니다. 엄연하지만 지루한 현실에 대한 권태와 현실을 벗어나면 닥쳐올 고통을 알게 되는 기억의 하나입니다.
3. 세계의 끝 여자친구
타인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는 행복한 결말을 맺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게 어디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맺어지지 못할 사랑을 위해 지은 시는 봉인되어 호수 옆 메타세쿼이어 나무 근처에 묻혀 있습니다. 봉인하여 묻을 수밖에 없었던 곳은 두 사람이 갈 수 있었던 세계의 끝이었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보냅니다. 호수 옆 메타세쿼이어가 있던 세상의 끝에서 시인은 “같이 도망가자” 차마 전하지 못하고 그 뒤 병을 얻어 죽었습니다. 그의 사랑을 응원하던 사람은 그를 이해하려다 차라리 그가 묻은 편지를 전하기로 합니다. 저는 그들이 들려준 둘의 이야기가 왠지 공허합니다. 남의 아내였던 여인이 생각한 세상의 끝도 시인과 동행했던 그곳 호수 곁 메타세쿼이어가 있던 곳이었을까요? 이런 의문이 엉뚱한 것은 애초 이 이야기는 여자친구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4.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서른 살의 청춘은 도시와 너무나 닮아 있어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극한의 절망과 다른 선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완강하고도 그만큼 멍청한 확신 사이를 한없이 오가면서 그 무엇도 아닌 존재에서 이 세상 그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어떤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 도시의 모든 풍경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하는 청춘, 서른 해의 생일을 맞이한 외로운 도시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헤어진 애인을 이해하는 것은 헤어질 때도 몰랐지만 지금도 겨우 짐작만 할 뿐입니다. 불가능한 확률 속에 만난 것이 운명이라는 확신은 남을 이해할 수 없는 절망을 이겨내는 희망이고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이 말을 안 믿으면 사는 것이 너무 외롭겠지요.
5. 모두에게 복된 새해
아내와 단절되어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아내의 야학 친구를 통하여 듣습니다. 결혼생활은 둘의 화학적 만남이 되지 못하고 물리적 만남으로 늘 끝나는 것일까요? 왜 그녀의 마음을 외국인 친구를 통하여 들을 수밖에 없을까요? 세상에는 산소 같은 사람이 있어 누구를 만나도 화학적 결합을 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산소 같은 사람과 살다 보니 산화되어 부식되는 것일까요? 부식된 자리에 덧 된 것처럼 중요한 듯하면서도 볼품없는 관계의 연속은 악업이 쌓여 만들어지는 피할 수 없는 연기론이 됩니다. 그러니 예나 지금이나 이 주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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