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명의 시인이 자신을 흔든 시를 소개하는 산문집입니다. 당연히 시도 같이 소개됩니다. 워낙 시에는 과문한지라 부제처럼 ‘내 영혼을 뒤흔든 41편의 시’를 기대했지만 제 가슴은 뒤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목석처럼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아는 시가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백석의 ‘고향’을 소개한 손택수 시인, ‘흰 바람벽이 있어’를 소개한 안상학 시인, ‘백화’를 소개한 안도현 시인, ‘여승’을 소개한 유용주 시인은 모두 백석의 시를 소개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읽지만 시에서 그림이 그려집니다. 쉽게 읽히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먹먹하게 합니다. 시적 표현이 어떻다는 설명은 도저히 할 수 없지만 그저 읽으면 마음이 찡하거나 쨍해집니다. 최근 백석의 시집을 읽었던 기억이 도움이 되었겠지요.
중학교에서 배웠는지 고등학교에서 배웠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아마도 중학교인 것 같습니다)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룻배와 행인’을 소개한 박태건 시인과 정희성 시인 그리고 이정록 시인은 시 덕분에 얼굴도 모르지만 반가왔습니다. 이하석 시인이 소개한 김광균의 추일서정도 교과서에서 배운 시입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로 시작하자 제목과는 별개로 기억이 났습니다.
제가 지금도 외우고 있는 시는 박두규 시인이 소개한 윤동주의 ‘서시’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부끄럼이 도대체 없지 않을 것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기 때문입니다. 산을 오르면 바람이 한 점도 없는데 잎새는 흔들립니다. 미풍도 없는데 잎새는 조용히 흔들립니다. 전혀 착시가 아닙니다. 항상 잎새는 흔들립니다. 무엇이 그를 괴롭게 했을까? 까까머리 중학생 때 배운 것을 다시 기억해서 쓰기는 부끄럽습니다. 오늘 저녁은 하늘을 볼까 합니다. 아마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겠지요. 저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마음이 사치를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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