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노부토모 나오코(信友直子). 최윤영. 시공사 1

무주이장 2024. 5. 6. 14:50

다큐멘터리 영상작가가 알려주는 치매 증세

 

 가족 중 치매로 고통을 받는 분들의 소식을 종종 듣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기에 적당한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옛말에 병은 알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적당한 치료법을 찾거나 적어도 간병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저도 어머니의 치매를 뒤늦게 알아 당황하고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병을 일찍 알았더라면 혼란도 줄고 대처가 조금은 수월했을지도 모릅니다. 확진이 되기 전 몇 년 동안의 어머니는 제가 알던 어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변하기라도 하면 병을 의심이라도 하였겠지만 변화는 조금씩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이상해진 어머니와 다툼도 많았습니다. 욕심덩어리로 변한 어머니를 무시하고 대화를 단절하기도 했습니다. 몰라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만드는 직업을 가진 딸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어머니를 돌보는 늙은 아버지를 지켜본 기록입니다. 처음 텔레비전에 방송된 후, 다시 영화로 만들어지고, 책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객관과 병든 어머니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딸의 주관이 섞여 만들어진 사실감은 읽는 이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저도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주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글을 옮긴 최윤영은 ‘옮긴이의 말’에서 “분명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스크린 너머로 자신의 부모,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겹쳐 보았으리라”라고 말합니다. 그도 자신을 키운 할머니가 치매로 고통받았고 간병을 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병이지만 누구에게나 닥칠 위험이 많은 병 중 하나입니다. 활달하고 유머를 좋아하던 어머니가 치매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본 딸은 어머니가 겪은 치매의 증상을 설명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경험으로 배워 책의 여기저기에서 알려줍니다. 저는 단지 그의 경험만을 정리하지만 작가의 고통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 아버지에 대한 깊은 이해의 마음은 책을 통하여 읽어보시고 공감을 하시길 권합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자신의 미래에 혹시라도 닥칠지 모를 이 병에 대한 이해와 함께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치매 환자는 본인이 가장 괴로워한다고 합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자신의 병을 자각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본인이 제일 괴로워한다는 것이 작가의 경험입니다. 자신이 이상해졌다는 사실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전에는 잘만 하던 것을 왜 못 하는지,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은 아닌지, 치매 환자의 마음속은 불안이나 절망으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매번 반복하는 것은 이미 치매의 증상이랍니다.

 작가의 어머니가 확진을 받기 2년 전, 치매 검사를 받았지만 치매가 아니라는 진단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딸은 어머니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검사를 받은 것인데, 어머니는 자신이 치매가 아니라는 검사결과를 동네 여기저기 반복해서 자랑을 하셨다고 합니다. 저도 어머니가 섬망 증세를 보여 병원에 치매 검사를 했지만 정상이라는 의사의 말을 들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치매 증세는 심해졌고 결국 확진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하며 가족에게 기대려 하는 것은 치매 환자의 전형적 반응입니다.

 첫 검사 후 2년이 지나 다시 치매 검사를 받을 때 어머니는 의사의 질문에 작가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때 어머니는 의사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못하고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치매 환자라고 해도 감정을 강력하게 흔든 사건은 잊어버리기 힘들다고 합니다.

 작가의 어머니는 전화사기를 당해 필요 없는 물건들을 많이 사들였는데 이 잘못은 잊지 않으시고 늘 미안해하셨답니다. 작가가 어머니에게 새해 소감을 물었더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노인이 되고 싶다”라고 하시며 기억을 하시고 계셨답니다.

 

일상이 유지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도쿄에 사는 작가는 히로시마에 사는 부모님에게 자주 전화로 문안 인사를 드리며 별일이 없는지를 알아보려 하지만, 부모님은 늘 괜찮다며 딸이 걱정하지 않도록 대답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딸이 집에 와서 냉장고를 확인하니 플라스틱 통에 든 먹고 남은 밥에 곰팡이가 핀 것을 확인합니다. 일상이 유지되지 못하는 것을 보시면 주의해서 보셔야 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