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45억 년 전 어떻게 만들어졌고 대기와 지질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오 마이 사이언스”라고 저도 외쳤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과거 흔적을 통하여 45억 년 전의 지구 상황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이야기해 주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몰입되었습니다.
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면서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졌다는 말에는 단순함의 극치를 느꼈습니다. 무엇인가 때렸으니 기울어진 것이다는 설명의 단출함은 명징했습니다. 지구에서 뜯겨 나온 달이 지구 가까이 자리 잡은 것도 이해되었습니다.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다 보면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던 분이 이 책의 저자입니다(이 분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제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양자역학을 연구하신 과학자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하여 알았습니다. 과문해서, 몰라서 죄송합니다. 이번 교양 과학서는 세상을 이루는 최소의 단위인 원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호모 사피엔스까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온 교양 과학서의 토막 지식들이 책을 읽으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업고등학교를 다니면서 1학년에 화학과 물리를 배운 기억은 있지만 그 과목이 무엇을 가르치려 했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저 쉬운 듯이 가르치던 화학식과 물리의 식들이 도대체 원칙도 없어 보여 그저 억지로 외워야만 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그래도 학업 성적이 꽤 좋은 편이었는데 물리는 가를 받았습니다. 화학이라고 그리 좋은 성적도 아니었습니다. 아픈 기억이 생각나는 화학식이 가끔 나왔고 지금도 이해 못 하는 주기율표가 나오면 당황스러웠지만 책을 읽어가는 데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워낙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저자의 박식함 때문입니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화학과 생물학의 설명이 신기했습니다. 물리학자가 이해한 인문학에 대한 설명도 솔깃했습니다. 독자성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다른 학문 영역에 대한 경의와 존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는 한 영역의 과학자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른 과학자나 인문학자의 세상을 보는 눈과 합쳐지면서 소위 통섭의 영역이 생기는 것 같은 시원함을 맛보았습니다. 세상 이치가 모두 통하니 어디 막힌 곳이 없었고, 마음 어디 한 곳도 막힌 곳이 없으니 상쾌했습니다.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는 고유의 특성들이 있습니다. 원자들이 모여 분자가 되고 전자기력에 의해 분자들은 우리 몸도 이루고 물건도 됩니다. 그렇지만 원자는 자기가 만든 어떤 것에도 자기의 특성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무던히 지내다 우리가 죽으면 세상으로 다시 원자는 돌아오고 물건도 썩거나 부서져 가루가 되면서 원자로 돌아옵니다. 고집하지 않지만 거부도 않는 원자의 세계를 세상의 선현들은 어찌 알아서 삶의 철학으로 만들었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원자의 세계에서 우주와 지구와 생명과 결국은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제목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이라고 했나 봅니다. 재미있습니다. 저자의 책을 더 찾아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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