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유영미 옮김. 김영사 간행 5

무주이장 2024. 3. 6. 19:46

예측 기계 뇌는 안전이 목적이다

 

 

  뇌가 정말로 예측 기계라고 할 때, 뇌의 예측은 확률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로지 확률을 기준으로 예측한다면, 우리는 완벽하게 인식적-합리적 존재일 것입니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을 찾는 것이고, 다른 것을 추구한다면 좋은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뇌는 진실을 찾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존과 번식에 장기적으로 유리하지 않으면 진실성이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예측 처리 이론은 예측과 감각 데이터를 비교할 때 특정 감각 데이터가 특정 자극에 의해 발생할 확률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자극이 개인에게 갖는 ‘중요성’에 더 가중치를 두는 듯합니다. 부정적 형태든 긍정적 형태든 어떤 자극에 대한 개인의 중요성은 예측 정확성을 평가하는데 영향을 미쳐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측의 정확성 평가는 그것이 실제로 맞아떨어질 확률에 좌우될 뿐 아니라, 지각의 오류가 당신에게 빚을 결과에도 좌우됩니다. 따라서 뇌가 어떤 세계를 만드는 가는 우선적으로 이런 세계가 우리에게 주는 유익에 의해 결정됩니다. 지각이나 확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맞다면 확신은 우리가 불확실한 세상에서 앞을 내다보며 행동할 수 있게 합니다. 여기서 앞을 내다본다는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최대한 정확히 예측한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그것이 어떤 위험과 유익을 가져올지도 고려한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설명의 끝에 우리에게 주의를 줍니다. 우리가 고집스럽게 확신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 표준적 의미에서 좋은 것이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합니다. 정확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지 않고 생존과 재생산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의미에서의 유용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예측 기계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관적으로는 아무리 확실하게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확신이 사실은 그리 확실한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확신은 가설일 따름입니다. 게다가 확률에 의거할 뿐 아니라, 미래에 우리에게 돌아올 유익에 의거해 만들어지는 가설인 것입니다.

 

  우리 뇌의 예측 메커니즘을 알아봤습니다. 착시 현상이라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 뇌의 정확성 높은 예언은 거의 언제나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나 반드시는 아니고 다만 ‘거의 언제나’입니다. 거의 언제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뇌가 예측 기계로서 반복되는 패턴을 인지하는 데 특화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패턴으로부터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입니다. 이후 책은 정신병적인 경우와 정상적인 경우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확신과 망상의 차이와 유사점을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확신과 망상의 교정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망상이 ‘정상적’ 확신보다 더 교정하기 힘들다는 가설을 경험적, 직접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실험이라는 뒷문을 통해 접근해 보자고 합니다.

 

  그렇다면 망상은 적응적일까요? 망상이라고 해서 적응성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전단 볼트를 설명하면서 망상적 확신의 형성은 전단 볼트와 같은 일종의 보호 메커니즘이며 그 때문에 적응적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전단 볼트는 엔진 같은 기계에 강한 과부하가 걸렸을 때 갑작스러운 힘의 전달을 막음으로써 기계 부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견디기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적응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심리적으로 볼 때 망상적 확신은 개인의 불안을 줄여주는 기능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망상적 확신이 진화적 적합성의 의미에서도 적합할까요? 지금까지는 그럴듯한 것처럼 혹시 보이지 않았습니까?

 

  저자는 건강한 사람들과 정신증이 있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며 건강한 사람들과 정신증이 있는 사람들이 똑같기라도 하듯, 인식적 비합리성의 모든 형태를 싸잡아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가 책에서 인식적 비합리성 전반의 공통점을 이끌어 낸 것은 우리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느끼는 확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었다고 부연 설명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저자의 주장이 생뚱맞게 느껴진다면 책을 요약한 저의 잘못일 것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