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제정신이라는 착각. 필리프 슈테르처, 유영미 옮김. 김영사 간행 4

무주이장 2024. 3. 6. 19:05

뇌는 예측 기계

 

  저자는 뇌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것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시각이 생기면 인간의 생각(가령 확신 같은)과 생각의 오류(가령 망상 같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뇌는 머리뼈 안 깜깜한 공간에 갇혀 있습니다. 뇌는 신경임펄스 형태의 활성 패턴만 활용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이런 패턴들은 감각기관에서 보내오는 신호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런 신호는 전혀 바깥세상에 대한 현실적인 상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뇌는 감각기관이 공급하는 제한된 정보만 얻는데, 이런 정보는 여러모로 단편적이고 신뢰할 수 없으며, 다의적입니다.

 

  책에서는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뇌가 활동하는 패턴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이 설명을 통하여 중요한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학습된 지식으로 뇌가 ‘내적 세계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뇌는 이런 모델을 도구로 가설을 만들어 들어오는 감각 데이터를 예측합니다. 둘째, 뇌는 예측에서 벗어나는 것, 소위 예측 오류를 활용해 ‘내적 세계 모델’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고 업데이트, 즉 학습합니다. 이를 예측 처리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뇌는 자신의 예측과 종종 주어지는 불확실한 감각 데이터를 종합해 세상에 대한 지각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지각은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과정입니다. 뇌는 학습과정을 통하여 오류가 적어지고 우리가 외부 세계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적절히 인도해 줍니다. 뇌를 예측 기계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착시 현상은 뇌의 예측 기능에 오류가 생긴 경우일 것입니다. 뇌는 주어진 감각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예측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예측 처리 이론에 따르면 뇌는 엄밀히 말해 예측 기계일 뿐 아니라, 정확성 가중치 부여 기계이기도 합니다. 뇌는 감각이나 인지를 이용해 정확성을 조절하며 보정하는 기계라는 설명입니다.

 

  대상의 형태에 대한 예측과 같은 지각적 예측(감각적 지각에 대한 예측)과 달리, 확신은 인지적 예측(사고와 관련된 예측)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인지적 예측은 위계질서의 가장 높은 단계에서 이루어지며 관찰된 사건, 사건 사이의 연관, 그 원인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설을 내용으로 합니다. (축약해서 전달하려고 하니 이야기가 조금씩 공중부양을 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시라고 다시 권합니다) 그러므로 확신은 내적 세계 모델의 일부로서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을, 일반적이고 시간이 흘러도 안정성을 갖는 법칙을 묘사하는 가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로써 확신은 예측의 위계질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라 할 수 있으며 높은 등급으로 예측의 정확성을 확보하려고 할 것입니다. 법칙의 특징은 시간이 흘러도 안정적으로 유효성을 띤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법칙이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확신이 그런 법칙성을 내용으로 한다면, 확신은 어느 정도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확신은 위계질서 측면에서 가장 높이 위치한 예측일 뿐 아니라, 예측의 위계질서에서 발휘하는 자신의 기능에 맞게 높은 정확성을 지닙니다. 여기서 정확성이란 단어를 정확히 아셔야 합니다. 이 개념은 어떤 예측이 진실에 부합하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뇌가 그 예측을 얼마나 정확하다고 생각하느냐를 말합니다. 즉 그 예측에 부여되는 비중을 말합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이야기를 차분하게 정리 못 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평평한 지구’를 믿는 학회 회원들에게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확신이 높은 정확성을 지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 확신이 진실로 탈바꿈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다른 데이터보다 그 확신에 더 높은 비중을 부여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우리 뇌에 중요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일투성이인 세상에서 가능하면 안전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생존 가능성과 재생산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결국’에서 말한 내용은 다음에서 다시 설명을 하게 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