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아침은 생각한다. 문태준 시집. 창비시선471. 2

무주이장 2024. 2. 21. 11:04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문해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시가 어려웠던 이유는 시인의 마음을 읽지 못한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태어날 때부터 본시 결함이 있기도 했지만 세상 풍파에 마음이 닳아 정교한 마음을 수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동안 고장 난 마음을 수리해 제 기능을 회복한 것도 아닐 텐데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시인의 마력입니다.

 

그때에 나는

 

 아가를 안으면 내 앞가슴에서 방울 소리가 났다 밭에 가

자두나무 아래에 홀로 서면 한알의 잘 익은 자두가 되었다

마을로 돌아가려 언덕을 넘을 때에는 구르는 바퀴가 되었다

폭풍은 지나가며 하늘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너의 무거운

근심으로 나는 네가 되었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는 조용한

저녁에는 나는 또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었다.

 

 스스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은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도 사랑하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낮달을 볼 때마다

 

가난한 식구 밥 해 먹는 솥에

빈 솥에

아무도 없는 대낮에

큰어머니가

빈 솥 한복판에

가만하게

내려놓고 간

한대접의 밥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