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인, 문태준 시인을 만났습니다. 짧은 시 구절에서 자연과 동화된 듯한 시인, 자연을 읽어주는 시인을 만났습니다. 그런 마음만 읽은 것도 아닙니다. 시인 곁의 이웃들에 대한 선한 마음을 보았습니다. 이를 “타자에 대한 연민과 돌봄의 마음”이라고 문학평론가 이경수는 설명합니다. 마음 따뜻하게 하는 시집입니다.
밥값
허름한 식당에서 국밥을 한술 막 뜨고 있을 때 그이가 들어섰다
나는 그이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수레에 빈 병과 폐지 등속을 싣고 절룩거리며 오는 그이를
늦은 밤 좁은 골목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이가 식당 한편 벽에 걸린 달력의 28일을 오른손으로 연거푸 짚어 보였다
무슨 말인가를 크게 했으나 나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식당의 여주인은 조금도 언짢아하는 기색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짧은 시간 후에 그이의 앞에 따뜻한 밥상이 왔다
따뜻한 마음이 읽히는 시입니다. 그이가 하는 말이 크다고 했으나 그마저 크게 들리지 않습니다. 따스함이 소리보다 먼저 마음에 와닿았기에 그런 모양입니다. 밥숟가락을 입에 넣으면서 입이 즐겁고 배가 불러야 하는데 마음이 먼저 불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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