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자연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그래서 밭에 쪼그려 앉아 일도 하게 됩니다. 시선이 하늘을 향하기도 하고, 마음이 길을 걷는 행인에게도 가지만 시인은 땅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듣게 되는 말이 시가 되었습니다.
미련스럽게
지난여름 낮에 풀을 뽑고 있는 내게 지나가던 그 사람이
말했네
-그걸 언제 다 뽑겠다고 앉아 있어요? 미련스럽게. 풀
못 이겨요.
그리고 가을이 물러서는 오늘 낮에 풀을 뽑는 내게 그 사
람은 말했네
-그걸 왜 뽑고 있어요? 미련스럽게. 곧 말라 죽을 풀인데.
조용히 움직였지만 실은 발랄한 풀과 오늘에는 시름시름
앓는 풀이 그 말을 나와 함께 들었네
잠시 손을 놓고 서로 어찌할 바를 몰라서. 미련스럽게
같이 술 한잔하자는 사람에게 무주를 간다며 피하면 그 사람은 말합니다. “얼마나 한다고?” “사 먹어요” 그러면 저는 대답할 말을 잊어버리고 실없이 웃고 맙니다. 매번 답을 생각하고는 즉각 응답하려고 연습을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곧장 잊어버립니다. 무어라 답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지 않기에 그럴 겁니다.
시인도 “미련스럽게”라는 말을 풀과 함께 들으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니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풀이라도 곁에 있으니 덜 외로울 듯도 합니다. 무주에서는 누구도 저에게 “얼마나 한다고” “사 먹어요” 충고하는 분이 없습니다. 꼭 용인 이 촌동네의 번화한 거리에서 풀 한 포기 없는 빈손으로 듣는 말이라 당황함과 더불어 외로움까지 느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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