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전쟁터이다
저자는 성적 동족 포식을 하는 동물을 소개하면서 저녁식사와 데이트를 동시에 해결하는 암거미의 성향은 빅토리아 시대 남성 동물학자들에게 여러모로 모욕적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단지 악랄하고 지배적인 이 암컷 킬러들은 사랑이 전쟁이라는 사실을 진즉 알았을 뿐이라고 변호합니다.
과학은 그림까지 상세히 곁들인 설명으로 음경의 변이에 관한 탄탄한 문헌을 쌓아 올렸습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암컷의 기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여성의 생식기는 사정한 정자를 받아서 전달하는 관에 불과하다는 것이 통념이었기 때문입니다. 소유주인 암컷 본체처럼 진화에 영향을 미칠 하등의 힘이 없는 수동적이고 불변의 기관으로 여겨진 것입니다.
동물계 전반에서 수컷들은 암컷의 동의와 상관없이 새끼의 아비가 되고 그것을 통제할 수많은 방법을 개발해 왔습니다. 소금쟁이류는 교미 중에 도망가지 못하게 암컷의 몸에 거는 갈고리를 개발했고, 빈대는 피하 주사 바늘처럼 생긴 음경으로 암컷의 배를 마구 찔러 직접 강제로 정자를 주입합니다. 하지만 오리의 암컷을 해부한 브레넌은 암컷의 질이 수컷의 음경이 끝까지 발기하지 못하게도 하고, 최악의 경우 질 입구를 향해 음경이 반대로 돌아 나오는 꽤나 민망한 상태도 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브레넌은 암오리가 실제로 자신의 알을 수정시킬 수오리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선구적인 저서 ‘암컷의 통제’(1996)에서 에버하드는 질이든 배설강이든 저정낭이든 암컷의 생식기는 정자를 받기 위한 비활성 배관 이상이라는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암컷의 생식기는 능동적인 기관으로서 구조와 생리, 화학적 특성을 통해 정자를 보관, 분류,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에버하드가 보기에 일단 씨뿌리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쪽은 암컷입니다.
난자는 오랫동안 암컷의 수동성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상징이었습니다. 작고 이동성 있는 정자와 비교했을 때 커다란 크기와 정주성 성격은 성적 불평등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난자가 경주에서 누가 ‘이기는’지에 상관없이 어떤 정자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는 증거가 늘고 있습니다. 여성의 난자에 관한 한 사랑과 생식기 전쟁에서는 모든 것이 공평합니다.
빅토리아 시대에서 시작한 남성우월주의 이데올로기는 암컷에 관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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