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암컷들(BITCH).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웅진싱크빅 간행 3

무주이장 2024. 2. 16. 17:31

암컷이란 무엇인가

 

 피상적인 수준에서 사람들은 생식기를 성을 구분하는 손쉬운 지표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더지, 거미원숭이, 포사, 점박이 하이에나 암컷의 음핵은 이를 거부합니다.

 

 성 분화의 표준 패러다임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프랑스 발생학자 알프레드 조스트가 확립했습니다. 조스트의 이론은 여성은 대체로 수동적이고 남성은 능동적이라는 통념에 아주 잘 부합했습니다. 조스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남성이 되는 길은 길고 지난하고 위험한 모험이다. 내재된 여성성을 거르는 투쟁이다.” 여성은 배아에 고환이 없어서 남성이 되지 못한 채 그냥 기본값으로 발생한 존재라는 주장인데 이런 편견은 놀랍도록 오래 지속되어 심한 손상을 입혔습니다. 조스트는 테스토스테론을 강조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조스트의 편견에 대한 반박은 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동물의 암컷을 만드는 것은 한 쌍의 XY염색체에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자는 성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고 설명합니다. 가장 큰 오해는 XY가 염색체의 모양을 가리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염색체는 소시지 모양이고 짝을 지었을 때 XY나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생식기관을 결정하는 약 60개의 유전자가 오케스트라처럼 협업하는 과정이고 사실상 이 유전자들은 게놈 전체에 되는대로 흩어져 있고 경로도 하나뿐이 아닙니다. 혼란스럽게 뒤섞인 양성 유전자의 관계는 성의 가소성을 설명합니다. 유전적 방아쇠라고 믿었던 SRY는 동물계 전체는 고사하고 포유류에서조차 보편적인 마스터 스위치는 아니었습니다. 변이는 얼마든지 더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모든 유전학적 성결정이 XY 시스템을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 다수의 파충류, 나비가 아주 비슷한 성결정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커다란 Z와 축소된 W라는 다른 성염색체 위에 있습니다. 성을 전환한다는 것은 보통 큰일이 아닐 것 같지만 개구리들은 눈꺼풀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성을 바꾼다고 합니다. 그 메커니즘이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기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비드 크루소, 은퇴한 텍사스대학교 동물학 및 심리학 교수는 성은 일원화된 현상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성의 양식에는 염색체, 생식샘, 호르몬, 형태, 그리고 행동의 다섯 종류가 있고 이것들은 서로 합의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평생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며 누적되고 창발적이며, 유전자나 호르몬은 물론이고 환경 또는 경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가소성 덕분에 우리가 종 내부와 종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성과 성적 표현의 다양성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입니다.

 

 최초의 생물이 복제를 통해 번식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최초로 번식한 생물은 알을 낳을 수 있어야 했겠죠. 그러니까 암컷입니다.” 크루소의 말입니다. 크루소의 연구 결과는 6억 년 전에서 8억 년 전에 존재했던 유일한 생물은 복제한 알을 낳는 생물이었다고 추정합니다. 수컷은 성이 도래할 때까지 진화의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크루소의 주장을 따라가면 성경의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진화를 보는 이런 대안적인 관점에서 암컷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은 여성은 성의 시조입니다. 이 원시적 난자 제조기의 유물은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합니다. 이 사실을 통해 남성이 내면의 여성성과 접촉하는 것을 재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