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인간 소외
소외라는 단어에 민감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동거를 했던 학창 시절, 가난이 짓눌렀던 상황이 버거워 도망을 치고 싶었지만 도망조차 돈이 드는 일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정에서 겉돈다는 느낌은 일종의 소외였습니다. 이런 소외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제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소외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통학거리가 멀고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버스가 늘 만원이라 어려움을 호소하여 자취를 하였습니다. 자유를 얻었습니다. 자유가 없는 삶은 소외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보살핀다는 핑계로 자취방으로 거처를 옮기자 저의 자유도 사라졌고 덩달아 제 생활은 간섭을 받았고, 소외되었다는 느낌이 다시 들었습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현대인의 고독을 설명하여 주는 책으로 기억합니다. 대학생 교양필수 도서의 한 권으로 기억합니다. 신입생에게 소개한 교양도서 100권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회학, 정치학 등등 관심영역이 다른 책들이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간혹 몇 권은 사서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왜 내가 고독을 느끼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인가를 알려고 하면서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소외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 같습니다. 소외되지 않는 삶은 없다 뭐 그런 결론이었습니다. 원인을 설명한 이론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원인을 알면 해결책이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우둔한 저로서는 요령부득이었습니다.
신이 만든 사회에서 쫓겨난 인간의 원죄로 인해 소외되었다는 종교적 소외론과 생산도구로부터 분리되어 노예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소외론(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인간 본성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심리적 소외론 등이 있지만 원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의 굴레이기에 해결책이 없고, 자본주의가 더욱 심화되어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사회에서는 생산수단을 갖거나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비현실적이라 극복이 어렵고, 인간 본성대로 사는 것은 말일뿐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경쟁이 기본이니 어렵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체제는 이미 망했으니 대안이 아닙니다. 더구나 인간 본성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들도 가지가지이니 소외를 극복하는 방법보다 먼저 인간 본성을 객관화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국 소외는 인간이 어찌해 볼 수 없는, 벗을 수 없는 굴레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입니다.
소외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굴레라고 생각하면 마음을 다스려 어깨를 짓누르는 굴레의 불편한 구속감을 줄여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불교 경전을 읽어보고 스님의 법문을 들어보자. 성경을 보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궁리 저런 행위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겠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나아진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늘 행복하지만은 않았으니까요. 갑자기 쳐들어오는 적군의 포탄처럼, 귓전을 스쳐가는 총알처럼 위협적이고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은 학교에서도 군에서도 직장에서도 마을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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