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의 공유경제, 다른 경험을 듣다
식량 자급자족이 초미의 관심사이고 다급한 국가 정책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북한군 장교가 이장을 잘 따르는 주민들을 보면서 그 비결을 묻습니다. 이장은 간단하게 답을 합니다. “잘 멕여야 돼” 그 짧은 대사가 선답으로 들렸습니다. 정곡을 찌르는 답에 귀가 뚫리고 세상이 보였습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정권의 정통성에 도전하는 국민들이 없게 하려면 굶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고 그래서 식량 자급을 위한 독려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모자라는 쌀을 대신해 보리쌀 밀 같은 잡곡을 섞어 밥을 짓게 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도시락을 검사하며 혼식을 강요했습니다. 쌀밥은 각기병을 일으킨다고 하면서 어린 학생들을 위협하기까지 했습니다. 밥그릇을 표준화해서 공기가 만들어진 것도 이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쌀로는 술을 빚는 것도 금지하여 밀가루로 막걸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쌀의 매점매석도 단속하고 쌀을 훔치는 것들은 사형을 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전국적으로 ‘쥐 잡기 운동’을 시작한 것도 사람이 먹을 쌀을 훔치는 쥐를 박멸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숫자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공익광고 형태로 만들어 쥐 한 마리가 일 년에 먹는 쌀의 양이 얼마이고 전국적으로 계산하면 엄청난 쌀이 없어진다며 모든 국민이 참여해 ‘쥐 잡는 날’에 동참하라고 독려를 했습니다. 아마 어딘가 찾으시면 그 영상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 류량청은 쥐구멍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3층으로 지어진 쥐의 굴을 설명하면서 부지런히 이삭을 나르는 쥐의 노동을 설명합니다. 언젠가 밀밭에서 한 마리 쥐는 하늘을 보고 누워 네 발로 이삭 두 개를 꼭 끌어안고, 다른 큰 쥐가 그 쥐의 꼬리를 물어 수레처럼 끌고 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등에 난 털이 벗겨져 피부가 벌갰습니다. 그전에 작가가 등에 털이 없는 죽은 쥐 몇 마리를 보고는 서로 뒤엉켜 싸우다 죽은 줄 안 것이 착오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동물의 왕국’입니다. 작가의 생각은 이어집니다.
이 땅은 누구의 땅이지? 바삐 일하는 쥐들을 보면서 자신 또한 바삐 일하는 커다란 쥐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마을 사람들이 개간하기 전, 이 황무지에는 고두자와 황해쑥이 무성했고 곳곳에 쥐구멍이 있었다는 기억을 합니다. 개간을 하면서 쥐구멍을 모조리 땅에 묻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밀을 베러 왔을 때 들판 가득한 쥐구멍과 마을 사람들보다 앞서 바삐 밀 수확을 시작하는 쥐떼를 발견했습니다. 풀씨가 없어지자 쥐들이 밀알밖에 먹을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작가는 사람들이 곡식이라 부르는 딱딱한 밀알이 ‘쥐의 입맛에 맞을까. 그걸 먹고 뱃속이 편할까’ 걱정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풍작의 기쁨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만물의 것임을 느낍니다. 너도 쥐 나도 쥐인데 뭐 뉘 것이라 나눌 필요도 없다는 게지요.
공유경제는 소유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낮추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개간을 했다고 내 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땅을 뺐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땅에서 나온 것들을 공유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갔습니다.
쥐 잡는 날, 쥐만 잡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네 개들도 많이 죽었고, 배가 고파서 그런 것인지 마음이 아파서 그랬던지 사람들도 쥐약을 먹었습니다. 곡간에서 인심 생긴다는 속담은 딱히 맞는 표현은 아닌가 봅니다. 곡간을 채우려는 욕심을 합리화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가 사는 마을 사람들이 '그때 그 시절' 우리보다 잘 사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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