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친 일
한때 경로사상이 유난히 강조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경로석은 지금도 있습니다. 50대 늙은이들은 간혹 그 자리에 앉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은 좀체 그 자리에 앉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한창 노인과 청년 사이에 다툼이 있을 때는 젊은이들도 의도적으로 경로석에 앉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반발을 표시한 것이지요. 경로석보다는 임산부석을 만들라는 충고도 있었습니다.
경로석을 두고 노인들이 젊은이들을 버스나 지하철에서 훈계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경로석에 앉은 젊은이들을 나무란 것인데 그 정도가 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인들이 권리로 인식하곤 자기의 권리가 침해당한 것에 대해 따지면서 젊은이들을 일반화해서 비난을 하는 것이 패턴이었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에도 있는 말을 한 겁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어” 배운 데가 없는 이유는 부모의 교육 부족이거나 젊은이가 우매한 때문이라고 비난을 했습니다. 도전에는 응전이 있다고 했지요.
왜 늙은이가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 그들이 사회에 기여를 하는 것이 무엇이냐? 그들에게 배울 게 무엇 있느냐? 젊은이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유교 사회의 질서가 무너진 것이 언제 적인데, 지금도 이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함부로 지적질이냐는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이 사태를 진정시킨 것이 당시 노인회장이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젊은이의 존경과 대접을 요구할 수는 없다. 단지 늙었기 때문이 아니라, 늙은이의 지혜가 돋보여야 젊은이가 자연스레 존경과 대접을 한다. 그러니 노인이라고 함부로 큰소리치며 지적질하지 말라는 취지의 편지가 신문지에 공개되었습니다.
요즘 지하철의 무임승차 방법을 변경하자는 정책의견이 나오자 노인회장의 반발이 거셉니다. 어차피 운행하는 지하철인데 노인이 무임으로 탄다고 비용이 덜 드는 것이 아니다는 주장에 승객이 늘면 기차를 운행하는 전기의 사용량이 는다는 반대를 하고, 너희는 늙지 않을 줄 아느냐는 지적에는 그동안의 무임승차 이익은 전철을 이용하는 노인에 한정되었으니 이제 전국의 노인이 모두 혜택을 보는 것으로 하자면서 예산도 더 투입이 된다고 하자, 지방은 이미 버스요금을 공짜로 해주고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지방정부가 잘 살면 그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방정부가 더 많다는 반대 의견이 다시 나옵니다.
류량청은 “바른 일을 성실히 한다고 꼭 일이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는 의견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남이 잘못할 권리를 박탈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나, 특히 한 마을 사람이 모조리 잘못에 빠져들 때는 한쪽에 앉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라고 충고합니다. 과거 마을 사람들이 젊었을 때, 촌장의 지시에 따라 100킬로미터의 수로를 건설하여 먼 호수의 물을 관개수를 쓰려고 했지만 호수는 수로가 완공되는 시점에 말라버린 사건을 말하면서 그는 이 결말을 이미 예측했지만 촌장이 아니라서 자기 의지대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합니다. 만약 그런 실수를 안 했다 해도 마을 사람들이 젊은 관계로 또 다른 실수를 했을 것이라고도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누구든 “잘못해도 되는 기회를 누가 놓치고 싶겠나” 말을 흐립니다. 류량청은 뒤끝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이 산문의 마지막에 쓴 글을 소개합니다.
“나처럼 똑똑한 사람이 나서서 이 마을을 이끌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늑장을 부리며 나서지 않았다. 몇몇 바보가 마을을 들볶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똑똑한 자와 어리석은 자 모두 자기 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남에게 간섭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똑똑한 사람에게 지혜와 재주를 마음껏 발휘하게 해 준다면 바보에게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맘껏 펼칠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여러분은 지혜롭고 재주가 있는 사람인가요? 아님 바보인가요? 저의 의견을 물으신다면 이런 농담을 하겠습니다.
“지 눈깔 지 손으로 찔렀다. 아입니까” 아내를 선택한 남편이 한 농담입니다. 모두가 우리들이 선택한 결과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만든 정부고 우리가 만든 사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말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까요.
4월 10일을 기다립니다. 이날 출근 안 해도 되는 날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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