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싸우는 심리학-한국사회를 읽는 에리히 프롬 다시 읽기. 김태형 지음 2

무주이장 2024. 1. 30. 16:37

좋은 심리학 선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것도 익숙해질 수 있다는 충고를 어른들은 자주 합니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강요를 합니다. 독재정권이 무서워 독재라고 말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니 거리에서 학교에서 떠들지 말고 조용히 가만히 있으라고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에 우리의 소외된 지도자 안철수 씨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과거 들었던 익숙한 충고 때문일 것이라 이해가 되었습니다. 압수수색이라도 들어오면 먼지 하나도 없음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니까요. 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억눌린 자유, 억눌린 행동은 그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합니다. 우리 시절 정신과를 전공하는 의사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때는 정신과를 찾는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간주했기에 정신병원은 깊은 산 막다른 길에나 있는 것으로 치부했습니다. 이제 세상이 변했습니다. 억눌린 자아를 치료하고자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 무시로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익숙해진 덕분에 우리는 정신, 분석, 심리란 단어에 익숙해졌고 이를 전공한 의사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입니다. 억눌린 정신이 한 번의 상담에 좋아질 리 없지만, 텔레비전에서는 매주 다른 이들을 불러 그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고는 좋아라 합니다. 이미 상품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옳다고는 생각을 않지만 제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 지켜볼 뿐입니다.

 

 세상일이란 게 모두 그렇지만 정신 상담이라고 다를 게 없는 것이 훌륭한 선생을 만나면 기운을 차리고 살아갈 기운을 얻지만, 반 풍수를 만나면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학도 실용 학문이니 학문의 갈래가 있을 것이고 이론도 여러 가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루를 사는 우리가 심리학의 갈래를 찾아 공부를 할 시간도 능력도 없으니 정신을 잘 갈무리해서 정신과 의사들이나 심리 상담사와 만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눈길을 돌린다고 저기 있는 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어느 순간 피하지 못할 상황에 처합니다. 이제는 좋은 선생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찾은 좋은 선생은 김태형 소장입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생각을 굳힙니다. 물론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는 현실과의 격차가 엄연하니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의 방법을 생각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그가 좋은 선생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인을 분석할 때 사람에게 한정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는 사회를 전제로 하여 인간을 파악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사회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러므로 그의 설명은 인간의 심리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확장됩니다. 둘째의 이유는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분석할 때 개인에 한정하지 않기에 해결책 또한 인간 심리에 한정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의 변혁과 개조를 이야기합니다. 심리 상담이 잦고 흔하면서 정신병이 줄어들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의 심리 상담에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지금의 주류 심리학은 모든 문제를 개인에 국한시킨다는 것이 김 소장의 주장입니다. 그렇기에 김 소장의 설명에 설득력이 강합니다.

 

  싸우는 심리학한국사회를 읽는 프레임 에리히 프롬 다시 읽기’라는 부제를 붙여 김태형 소장이 지은 책입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소외의 이유와 천형처럼 주어져 벗을 수 없다고 느꼈던 소외의 굴레를 없앨 수 있다는 단초를 이해했습니다. 비록 현실이 비루할지라도 꿈조차 꾸지 못한다면 어찌 인간이라 사람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