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악의 평범성. 이산하 시집. 창비시선453. 2

무주이장 2024. 1. 18. 16:30

 

스타 괴물

 

 시인의 장례식에 묻을 장밋빛 미래의 덧에 걸린 영혼 중에는 스타 괴물이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괴물의 실체를 찾아봅니다. 그의 주장에는 아쉬움과 한탄으로 인한 슬픔이 묻어납니다.

 

초보운동권 시절 한 국방색 야전잠바 선배가

담배연기 자욱한 카페 밀실에서

여러 낯선 선배 동지들을 가리키며

이쪽은 투스타’ ‘쓰리스타이고

저쪽은 아직 완스타라고 엄숙하게 소개했다.

나는 두 번 놀랐다.

한 번은 깜빵 갔다 온 횟수에 따라

평소 경멸하던 육사 출신 장군들의 계급장대로

완스타’  '투스타'라 부른다는 것과

또 한 번은 아직이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세상이 적당히 좋아진 수십 년 뒤

난 그 야전잠바들의 선견지명에 또 놀랐다.

별의 숫자만큼 입신양명이 증명되었던 것이다.

멀리 내다보고 일찍부터 스펙을 쌓은 그들에게

영화 속의 기생충이 외쳤다, ‘리스펙-!’

어렴풋이 기억을 독점한 상이군인들이 떠오른다.

수많은 추모제마다 펄럭이는 기억투쟁은

처음엔 선이었다가 선을 그어 면으로 확장되더니

마지막엔 말뚝을 박아 깃발 대신 별들을 달았다.

촛불을 삼킨 스타 괴물들이 지상을 배회하고 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