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풍요중독사회. 김태형 지음. 한겨레출판 간행 1

무주이장 2023. 11. 8. 11:54

풍요-불화사회와 21세기형 불화

 

 사람을 이해하려고 처음에는 문학을 살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사람이 발 디딘 환경을 모르고는 불가능했습니다. 주어진 환경에 다양하게 적응하는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구분하고 효율적으로 집단화하여 내가 속한 인간집단과 구성원인 개인의 인간성이 어떤가 문학을 통해 확인해 가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문학은 인간성의 복잡다단함을 알려주었을 뿐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는 요령부득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 사회학을 읽었습니다. 사회를 이해하면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간 군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사회과학이라고 부르라는 사회학은 보는 시각에 따라 하나의 현상에 여러 가지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시각으로 사회를 보느냐는 주관적 인간의 시각에서 자유분방하여 이해를 방해하기만 했습니다. 인간성의 복잡다단함이나 사회의 다양한 해석도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를 보입니다.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요령은 학자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에 과학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불만이었습니다. 그러려면 문학도 사회과학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심리학입니다.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심리학계를 떠나 한동안 사회운동에 몰두하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다시 심리학자의 길로 돌아왔다. 기존 심리학의 긍정적인 점을 계승하는 한편 오류와 한계를 과감히 비판하고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저자 김태형 소장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이야 알 수 없지만,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는 어렴풋이 이해될 듯도 합니다. 김태형 소장의 책은 처음 접했습니다. 심리학자로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문제점을 도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어도 문제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정리한 책으로 읽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를 이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함을 저자는 유독 강조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사람 개개인의 덕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고 개조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투박하고 정교하지 않지만 정리를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자는 사회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눕니다. 가난-불화사회, 가난-화목사회, 풍요-불화사회, 풍요-화목사회가 그것입니다. 그러면서 화목하려면 평등 수준이 높아야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가난과 풍요는 물질적인 기준으로 나눈 것이라면 화목과 불화는 평등의 기준으로 나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풍요하지만 불화가 가득한 사회로 분류합니다. 지난 정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가 선진국 국민임을 자각한 경험이 있지만, 저자 역시 우리의 경제 수준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생산 수준과 생산 설비는 우리 사회가 지탱하기 위한 수준을 훨씬 넘었다는 기준에서 선진국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끼 밥을 걱정하던 절박했던 가난을 벗어난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였고 지금은 멋과 맛을 찾아다니는 여유를 부릴 정도가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럼 불화사회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풍요하지만 불화하는 사회는 21세기형 불화형으로서 지배집단과 민중의 계급적 불화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다층적 위계 간의 불화와 다층적인 위계 내 불화가 같이 존재하는 사회를 말한다고 합니다. 아래위와 경쟁하느라 잔뜩 신경이 곤두섰는데, 같은 위계 내, 동료들과도 경쟁을 하느라 불화하는 사회를 지금 한국 사회라고 풀이합니다. 사회학 내용인 듯도 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21세기 불화는 다층적 위계에 기초한 심각한 불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비공식적이고 암묵적인 위계질서가 생겼고 존재하는데 여기에서 위계를 구분 짓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돈이다. 소득에 따라 위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자신의 위계가 고정되지 않고(양반, 평민, 천민 등의 신분제는 고정되었다) 계속 불안정하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경제적 격차가 확대될수록 그에 비례해 위계화정도도 심해진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사회에 마구 칼질을 해 사람들을 다층적 위계로 썰어놓았다는 설명입니다. 더 있습니다. 또 다른 21세기 불화의 특징입니다.

 

 “ '위계 내 불화를 포함한다. 과거에는 불화사회라고 할지라도 동일한 위계 내 사람들끼리는 화목한 편이었다. 반면 21세기형 불화에서는 동일한 위계 내 사람들끼리도 화목하지 않다.” 같은 대학 졸업자들이라도 어떤 과 출신이냐로 위계 내에서 구분을 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비슷한 예로 같은 해에 합격한 사법고시 합격자들 이래도 출신대학을 구분하고, 같은 대학 출신이면 하다못해 외국어 선택과목이 영어냐 독어냐 일어냐로 구분하였습니다. 동일한 위계의 사람들조차 채로 쳐 사방으로 흩어놓는다고 저자는 표현합니다. 칼로 썰고 채로 쳐서 파편화하고 원자화된 사회가 풍요-불화사회이고 이 불화는  21세기형 불화라고 저자는 부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