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풍요중독사회. 김태형 지음. 한겨레출판 간행 2

무주이장 2023. 11. 8. 13:38

불안의 시대, 풍요-불화 사회에 사는 사람은 불안하다

 

 풍요-불화사회는 인류 역사상 가장 불안한 사회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가난한 사회도 불안이 있습니다. 가난으로 인하여 육체적 생존이 어려울까 하는 불안입니다. 하지만 풍요-불화사회의 불안은 성격이 다릅니다. 육체적 생존이 아니라 사회적 생존의 위협에 민감해집니다. 일반적으로 풍요-불화사회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입니다. 대표적 생존위협으로 산재, 실업, 저임금입니다. 이로 인하여 사회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사람들은 두려워합니다. 송파 세 모녀는 밥을 굶어 자살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중에는 비록 집세를 줄 돈이라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밥이 없어 죽은 것이 아닌 것입니다. 사람들은 전기료와 수도료를 내지 못할 때부터 불안을 체험합니다.

 

 한국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자살 공화국)에서 한국인들의 자살 원인은 배고픔이 아니라 관계의 파탄에 있다는 것은 논증되었다고 합니다. 관계의 파탄은 상호 존중의 관계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존중 불안을 학대 불안(존중을 않는다는 것은 관계를 거부하고 나와 평등하지 않은 존재로 낙인찍는 행위이며 그 자체가 학대임을 의미한다), 추방 불안(존중받지 못하면 사회로부터 완전히 배제되거나 추방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자기 존중 불안(학대와 추방불안은 결국 자지존중을 못하는 불안으로 이어진다)으로 세분화하고, 존중불안은 여러 가지 불안을 파생시킨다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인 평가 불안(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계 불안(위계가 추락할 수 있다), 사회 불안(대인관계나 공동체 참여를 두려워하고 걱정하여 기피한다)이라고 설명합니다.

 

 21세기형 불안에 시달리는 한국인의 정신건강은 어떨까요? 오늘날 정신건강 악화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가정 공동체가 붕괴하고 있습니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에서 가정 공동체의 붕괴는 최후의 복지 단위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가장의 실직이나 산재, 저임금으로 생활고를 겪게 되면 온 가족이 굶거나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두려움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러면 위계에 의한 학대나 갑질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저항을 하면 가족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존중 불안이나 위계 불안은 젊은 남녀가 건강하게 사랑하고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고, 부모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며 부부관계를 악화시킵니다. 가정불화는 자식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칩니다. 부모 자식 관계가 악화됩니다. 저자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는 화목이 풍요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가난-화목사회가 풍요-불화사회보다 더 나은 사회라는 법칙이 가정에서도 통용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정신질환은 풍요-불화사회의 전유물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21세기형 불화사회는 위계가 낮을수록 불안 수준이 더 높아져 정신질환 발병률도 더 높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고, 이런 추정이 사실임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