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호소’ 그것이 본질이다.
강풀의 만화를 보면서 그가 사람을 보는 시각이 무척 따뜻하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순정만화’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라며 발표한 ‘조명가게’는 보는 내내 무서움증이 생겼습니다. 마지막 쯤 되어서야 어떤 이야기인지 알고 나서 강풀의 인간관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비극적인 사건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랑의 틀속에서 인간이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듯합니다. 따뜻한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는 보고 읽는 사람에게도 따뜻함을 전달합니다. 기분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울한 이야기는 어떨까요? 마음이 같이 우울해집니다. 불안해집니다. 어떤 경우에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책을 놓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희극보다는 비극이 더 사람을 유혹하기에 그럴까요? 강유정 비평집을 읽으면서 이유를 발견합니다. 인용합니다.
“처음엔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 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해도, 나중에 ‘너’를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 더 깊게, 넓게, 자주, 많이 읽게 된다. 도리스 레싱의 말처럼 사랑은 용서가 아니라 이해이기 때문이다. 자주 비관적이고 혹독하게 냉소적이었지만 세상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읽기 위해 애쓰는 것은 본질적으론 사랑의 호소다.” (6쪽)
제가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책을 손에서 결국 놓지 못하는 것은 그를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었고, 작가가 결국 애쓰는 것은 우리들에게 사랑을 호소하는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냥 교훈적으로 해석해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그랬던 것입니다. 강유정의 말을 하나 더 인용합니다.
“인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고급하고 신뢰할 만한 주석이다.” (역시 6쪽)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인문학을 배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문학의 세계로, 책의 세계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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