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와 삼종지도
“저는 현모양처가 되고 싶습니다” 여자들에게 미래의 꿈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남편을 출세시키고,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헌신을 다한 여성들의 모습은 지금도 엄연합니다. 다만 ‘현모양처’라는 말만 하지 않을 뿐, 자신들의 욕망을 현모양처의 틀에서 꺼낸 어머니와 아내들은 많지 않습니다.
현모양처론은 유교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선생은 하고 있습니다. 유교에서는 현모양처가 아닌 삼종지도가 여성에게 기본 덕목이었습니다. 어려서는 아버지에게,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늙어서는 자식에게 순종하는 것이 여성이 평생 지켜야 할 도리라는 말입니다. 여성이라면 한 번은 들었을 옛말입니다. 그럼 현모양처론은 어디에서 나왔느냐?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창안되어 20세기 초 한국에 유입된 천황제 국민국가의 여성관이라고 합니다. 성인 남성을 가정에서 완전히 이탈시켜 천황에 직속된 신민의 일원이라는 자격만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가정에 생긴 ‘권위의 공백’을 제국 신민의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자각한 여성의 자발적 헌신으로 메우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는 남성관까지 지배했다고 합니다. 밖에서 국가와 민족, 가정을 위해 땀 흘려 일하면서 ‘가정사’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 아버지, 가정 안에 자기 자리를 만들지 않는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생각은 ‘현모양처론’과 천생연분의 짝이었습니다. 퇴직 후 가정에서 자기 자리가 없어 ‘삼식이’ 소리를 듣는 많은 남편들은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라는 것에 새삼 놀랐습니다. 역사적 근거가 없는 세상일은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사족입니다만 삼종지도는 여성의 순종을 강요합니다. 순종은 자아를 용납하지 않으며 독립적 사유를 배격합니다. 요즘 순종을 강요하는 곳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계약의 형식을 빌려 순종을 강요하던 시대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돈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 권력자가 약자에게 강요하는 순종은 언젠가는 반발로 나타납니다. 이런 현실에서 아직도 순종을 요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교회입니다. 인간의 죄는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성경은 설명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순종은 나쁠 게 없을 것 같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문자로 되어 있어 해석의 여지가 있고, 해석된 성경을 알리고 가르치는 목자도 여러 종류라 때로는 순종이 위험할 때가 있습니다. 자아를 용납하지 않고 독립적 사유를 배격하라면서 하나님 자리에 목자를 배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자주 읽어 그 뜻을 잘 헤아려 순종적 맹신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일입니다. 인간세상 많은 문제는 교회가 만드는 이유가 순종이란 말에 있을 수도 있다는 뱀다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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