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공무를 잊은 그대에게 전합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 사람인데, 그리스어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페르시아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은 후 그의 책이 많이 번역되고 연구되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다는 말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사회’와 ‘정치’가 어떻게 동의어가 되는지는 생각을 가속기에 넣어 몇 바퀴를 돌려야 합니다. 제가 해석한 것은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가 없는 동물이라 떼를 지어 살 수밖에 없는데, 떼를 지어 제 멋대로 살면 자칫 혼란으로 자멸할 위험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러한 수단으로 강구된 것이 정치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과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다는 말이 이래서 이어지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 ‘정치학’에 나오는 저 말이 수천 년에 걸쳐 다양하게 해석된 말이라면서 그만큼 그 정확한 의미를 확정하기도 쉽지 않다. 정치가 권력에 눈먼 사람들이 해대는 더러운 짓거리 정도로 간주되곤 하면서 “정치적 동물”이란 말이 자기 이익을 위해 모략이나 협잡을 일삼는 존재라는 뜻으로 사용될 때도 있다. 그러나 원래 맥락을 감안하면, 저 말은 인간이 권력에 굶주린 음흉하고 전략적인 존재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인간은 본성상 홀로 살 수 없기에, 일정한 집단을 이루어 공적인 일에 종사하게끔 되어 있는 존재라는 뜻이라고 풀이합니다. 빙고!
제가 억지로 이어 붙인 말이나 저자의 설명에서나 공통적인 것은 사람의 본성상 만들어진 집단을 (질서 있게 유지하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공적인 일에 대한 종사는 말 그대로 의무이며 권리라는 것입니다. 공익을 위한다는 숱한 거짓말과 위선의 정치사기꾼들이 챙겨간 사익이 너무 많아 빈정상하고 그들이 우리들을 배반했던 수많은 경험으로 인하여 반사적으로 “공적인 일”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정치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은 우리가 사람이라는 전제가 틀리지 않은 이상 본성상 거부할 수 없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정치가 썩었다”느니, “정치인은 똑같다”느니 하면서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말과 행동은 제 눈을 스스로 찌르는 짓이며, “국민 모두가 주권을 행사하면 대한민국은 무정부상태로 간다”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헌법을 위반한 궤변을 늘어놓는 님들이 우리의 입을 틀어막은 채 백주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 꼴을 보게 되고 종국에는 우리 공동체를 해체하여 우리 사회를 파괴하고 결국 사람이 멸종되는 상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정치의 부재는 사회적 자살로 이어질 수 있으니 두 눈 부릅뜨고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국민의 의무를 가벼이 하지 마시기를 당부합니다. 최근 “먹구름 위의 태양” 같은 존재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정치에 무능한 우리 탓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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