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속내 풀이
작가는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며, 그때 우리는 누군가의 어깨를 빌리고 서로 힘내라며 격려와 위로도 주고받는 거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힘내라는 말이 버겁게만 느껴지고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하면서 이럴 때는 그저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손을 맞잡으라고 조언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힘내라고 말할 때는 손도 함께 건네야 한다며, 그래야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냐며 소망을 말합니다.
작가는 흔히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치열한 하루’란 표현을 자주 씁니다. 하루를 사는 데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이 매우 치열하다는 표현이고 그래서 힘이 든 당신을 위로하는 책의 문장을 소개하고 위로의 글을 전합니다. 김영민 교수는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를 가진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환경이 너무 치열하니 힘이 드는 게지요.
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치열해졌을까요? 인간에게 주어진 문제를 푸는 과정이 왜 치열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첫째 이유는 ‘경쟁’입니다. 작가의 경험에서 나오는 회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어야 그 속에서 생활의 방편(반드시 물질적인 것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을 구하는 제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이기게 하기 위해 경쟁의 급류에 몸을 던집니다. 급류 속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 나를 위한 경쟁이라는 생각에 지치면 이 모든 어려움은 회사를 위한 나의 헌신이라고 포장합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버틸 힘을 조금 더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경쟁의 와류에 고립되면 외로워지고 불안해집니다. 생존하기 위해 뛰어든 경쟁에서 혼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외롭고 불안해지는 것이지요. 그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잡아달라고, 도와달라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나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 역시 경쟁의 싸움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전사들입니다.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받지만 조금이라도 경쟁의 틀 속에서 맞서야 하는 존재로 느껴지면 잡았던 손도 놓는 것이 현실이고, 당위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라고 가르치고 배웁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니 위로의 말이 위로로 들리지 않게 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쟁으로 인하여 손을 잡지 못하게 된 세상에서 위로의 말은 모순 그 자체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위로의 말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함께 최선을 다하자”는 말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상황에 맞는 말이 된 것이지요. 전에 썼던 위로의 말이 효능감을 잃어버린 이유입니다.
각자도생의 세상에서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은 끔찍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너는 그대로 거기에 머물고 있어’라는 속마음의 표현이라고 하면 너무 잔인할까요? “다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힘내라고 말할 때는 손도 함께 건”네자는 말이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소망으로 들리는 이유입니다. 홀로 경쟁하는 세상에서 연대를 꿈꾸는 개인들이라니 이런 자가당착의 모순도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살아야죠? 파이팅입니다. 기왕이면 연대하는 세상을 만드는 꿈을 꾸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혹시 모르잖아요? 경쟁이 조금은 덜할지. 그래서 세상이 바뀌고 다시 잃어버린 위로의 말을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지음, 다산초당 간행 5 (2) | 2023.09.10 |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지음, 다산초당 간행 4 (0) | 2023.09.10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정치적 동물의 길. 김영민 지음 1 (0) | 2023.09.08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지음, 다산초당 간행 2 (0) | 2023.09.06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지음, 다산초당 간행 1 (0) | 2023.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