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마음 큐레이터, 좋은 글귀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북 테라피스트” 아무리 작가를 선의로 소개한다고 해도, 소개의 무게가 지나치면 부담스럽습니다. 실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마음을 치유한다는 평판이 있으니 에세이 3권을 출판했겠지요. 제가 책 소개를 받는 곳은 시사in이나, 읽던 책입니다. 이 책을 어디서 소개받았는지 기억은 없지만, 마을 도서관에서 찾아 관심 있는 책으로 정했다가 ‘대출가능’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보고는 빌린 책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긴 하지만 자꾸 에세이를 읽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조그만 인생의 경험을 부풀려 남에게 쉽게 아는 체하며 전달하려는 태도가 보여 신뢰감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누구는 지하철 역사에 붙은 시를 보면서 그것은 시로 불리기에는 함량미달이라고 평가하지만, 저의 평가는 아무런 자격도 없으면서, 알량한 지식에 나이까지 든 꼰대라서 그러려니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이런 말이 작가에게는 상처가 될 것으로 생각되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책을 읽지 않았으면 하지 않아도 될 말이 나온 겁니다.
작가는 작가가 읽은 책의 좋은 글귀를 이용하여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글을 썼는지는 읽는 독자의 당시 마음 상태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인용글을 이용하여 본인의 해석을 합리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종영 작가의 에세이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의 구절을 소개하면서 사람들 관계의 적절한 거리에 대해 고민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데 필요한 간격이 있다며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는 글을 인용합니다. 그리고 이어 에드워드 홀은 ‘개체공간’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가족과는 20센티미터, 친구와는 46센티미터, 회사 동료와는 1.2미터 정도의 거리가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고 전합니다. 이는 단지 물리적 거리만 말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 거리도 포함한다고 부연하면서요. 인용이 '센티미터'까지 나오니 신뢰보다는 의심이 갑니다. 에드워드 홀은 누굴까요? 그렇다고 애써 찾을 생각은 없습니다.
산에 가면 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이걸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지요)을 이루고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조림이 된 산을 볼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산의 모습은 관목과 교목 그리고 풀들이 함께 뒤섞여 자라는 모습입니다. 이런 숲을 천연림이라고도 부르고, 숲의 성숙도가 높은 상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산을 오르면 저는 천연림을 보면서 감탄을 합니다. 이렇게 뒤죽박죽 키를 키우는 경쟁을 하면서 자라는 숲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납니다. 수많은 자연인들이 사람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는 이유도 이런 숲이 부러워서 일 것입니다. 조림이 잘 된 산에서 사는 자연인을 보신 적이 많으신가요? 독림가들이나 조림이 된 숲에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리움의 간격을 넘어 두 나무가 한 나무로 만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연리지라고 부른다지요. 적절하게 그리움을 관리하면 연리지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사람의 관계도 내가 적절하게 관리를 하는 것이 쉬웠으면 종교도 도덕도 법률도 이미 나오지 않았겠지요.
어떤 경우에도 모두 통용되는 위로의 말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작가의 글에서 위로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글은 필요한 만큼만 무게를 가지는 것이 좋은 글입니다(이건 김영민 교수가 제게 가르쳐 줬습니다). 여러 면이 있는 사실을 하나의 단정적인 의견으로 전하면서, 위로를 전하는 좋은 뜻을 가졌으니 좋은 글일 수 있다는 생각은 글의 무게와 중심이 적당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목적은 간혹 수단을 정당화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아침마다 몇 꼭지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저도 위로를 받는 글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계속 기대하며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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