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목걸이: 아르센 뤼팽의 어린 시절
아르센 뤼팽을 괴도라고 부릅니다. 도둑이 아무리 뛰어나 봤자 도둑에 불과합니다. 도둑을 괴도라고 부르며 어떤 사람은 그의 연대기 작가가 되기도 하고, 남의 나라 도둑의 연대기 작가의 글에 미쳐 이렇게 전집을 만들기까지 하는 한국 사람은 무슨 일이랍니까. 가치가 전도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괴도 아르센 뤼팽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고, 연대기 작가의 이야기가 재미없다고 폄하할 수도 없으며, 전집을 펴기까지 열정을 꺼뜨리지 않은 옮긴이에게 존경의 염을 가지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저도 이제 그저 그렇게 알고 있던 아르센 뤼팽에 대하여 체계를 갖추어 알아볼 기회라 생각하고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모두 10권의 책인데 그것도 한 권이 800쪽을 훌쩍 넘는 분량이지만 시간 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읽어보려고 합니다. 시작하는 글이 길었습니다.
아르센 뤼팽의 어린 시절, 그는 은수저를 물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가스통 드 드뢰수비즈 백작가문의 아내가 된 친구의 호텔(당시 프랑스에서는 숙박을 제공하는 업소만을 호텔이라고 하지 않고 일반 주택도 호텔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백작 부인의 옷을 수선하거나 만들거나 뭐 그런 일로 더부살이의 삯을 줄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삶을 살았던 모양입니다. 그럼 도대체 그의 아버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연대기 작가, 모리스 르블랑은 궁금증을 해소해 줄 친절을 아예 갖추질 않았습니다. 뤼팽의 아버지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없다는 말입니다. 아직 그의 연대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 나중에 알려주면 그때 제가 전하기로 약속드립니다.
드뢰수비즈 가문에는 대대로 물려받은 가보와도 같은 물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왕비의 목걸이’로 불렸습니다. 그 목걸이는 왕관 전담 보석 세공인이었던 보에메르와 바상주가 뒤바리(루이 15세의 애첩)양에게 바친 것으로 추기경 드 로앙이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위해 선사한 줄 믿고 있었으나, 라 모트 백작부인인 여걸 잔 드 발루아가 1785년 2월의 어느 저녁, 남편과 레토 드 빌레트의 공모에 힘입어 중간에서 횡령해 먹었다는, 바로 그 전설적인 목걸이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목걸이에서 보석을 뺀 나머지 틀만 진품이고, 마구잡이로 뽑아낸 알맹이들은 라 모트 공과 그의 아내가 착복해 버렸고, 나머지 부분만 레토 드 빌레트가 소장하고 있다가, 훗날 이탈리아에서 추기경 드 로앙의 조카이자 상속자인 가스통 드 드뢰수비즈에게 팔았던 물건입니다. 아무튼 드뢰수비즈 백작과 그의 부인은 이 물건을 애지중지 보관하며 일 년에 딱 두세 번, 중요한 행사가 있을 경우에만 백작부인의 목에서 그 빛을 자랑하였습니다.
골방에 잘 숨겨둔 왕비의 목걸이가 어느 날 도둑을 맞았습니다. 경찰서장이 수사를 시작했고, 백작부인은 골방에 보석을 숨긴다는 사실을 아는 다른 사람으로 “제 수발을 들어주고 있는, 손 재주가 대단한 여자” 친구 앙리에트를 지목합니다. 경찰서장이 찾아간 앙리에트의 방에는 바느질을 하는 앙리에트 옆에 예닐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 라울이 한창 독서를 하고 있었습니다.
알람이 울렸습니다. 이제 출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야기글 길게 쓸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미 할 얘기를 다 했으니 글을 마쳐도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앙리가 바로 아르센 뤼팽으로 자랍니다. 앙리는 어머니가 가난 속에서 친구의 멸시를 견디다가 결국 쫓겨나서 병이 들어 죽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가난은 간혹 도둑을 만듭니다. 멸시는 간혹 복수를 낳습니다. 아르센 뤼팽은 가난과 멸시를 보고는 도둑이 되었습니다. 왜 라울이 그렇게 된 것인지는 책213~239쪽을 찾아서 보시면 됩니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니 수고들 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다음은 연대기 작가가 되기로 한 모리스 르블랑의 사연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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