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전우용, 그를 안 것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묻는 어떤 말에도 거침없이 기원과 출처를 알려주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정확한 용례와 잘못된 용례를 드는 해박함에 놀라서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상식이 늘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고른 책입니다. 개가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인데, 달이야 원래 항상 언제나 그 시각에 그 자리에서 뜨고 지는 것인데 개가 달을 보고 짓는 것은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하나씩 같이 해결하는 의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용어 풀이, 사용례: 공정 1
공정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고, 특히 언론사마다 캐치프레이즈로 내거는 단어지만, 그 개념을 간단히 정의할 수 없습니다. 한자 공(公)은 본래 ‘지상에 구현된 하늘의 도리’라는 뜻입니다. 영어의 public과 private은 서로 대등한 개념이지만, 한자의 공과 사는 상하 수직적 관계에 있습니다. 구미인들이 privacy 존중을 중시하는 반면, 한자 문화권 사람들이 선공후사나 멸사봉공을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심과 사욕에 의해 뒤틀린 것들을 다 버리고, 하늘의 도리에 합당한 것들만 추려 그중에서 가장 바른正 것을 고르는 게 ‘공정’입니다. 그래서 기계적 중립으로는 결코 공정을 이룰 수 없습니다. 도리에 어긋나는 것들을 배제하는 게, ‘공정’을 이루는 첫걸음입니다. 아무리 힘센 집단의 주장이라도 망언은 망언이 되는 이유입니다.
기자가 “자유한국당이 대통령더러 독재자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어떠냐?”(검색하니 송현정 기자가 대통령에게 한 질문입니다)고 묻는 것이나, 상습 성희롱범의 모욕적 발언으로 상처 입은 피해자에게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고 “성희롱 당한 기분이 어떠냐?”라고 묻는 것이나, “기자들은 듣자니 재벌들 돈 받고 가짜 기사 쓰는 양아치라던데, 그 말 들으니 기분이 어떤가요?”라고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선생은 설명합니다. 아무리 힘센 집단의 주장이라도 ‘망언은 망언’이라고 지적하는 게, ‘공정’을 표방하는 언론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모르면, ‘기레기’보다 더 심한 욕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기계적 중립이 ‘공정’인 줄 아는 언론이, 진짜 ‘공정’을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선생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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