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전우용, 그를 안 것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묻는 어떤 말에도 거침없이 기원과 출처를 알려주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정확한 용례와 잘못된 용례를 드는 해박함에 놀라서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상식이 늘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고른 책입니다. 개가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인데, 달이야 원래 항상 언제나 그 시각에 그 자리에서 뜨고 지는 것인데 개가 달을 보고 짓는 것은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하나씩 같이 해결하는 의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검찰개혁
선생은 검찰개혁 없이는 적폐 청산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검찰을 30년 묵은 때가 덕지덕지 붙은 걸레에 비유합니다. 지은 지 5년도 안 된 집을 청소한다며 30년 때가 붙어 지저분한 걸레로 청소하면 집이 깨끗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백년하청입니다. 지금은 검찰독재국가가 되었다고 부를 정도로 검찰의 흉포함이 더 심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선생은 이제껏 검찰이 보여준 흉포함은, 검찰개혁이라는 민주적 의지에 포위된 맹수의 흉포함에 비유합니다. 검찰의 기세가 등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최소한의 자제력조차 잃은 적나라한 흉포함은 초조함의 다른 표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일은, 이 포위망을 풀지 않고 질기게 버티면서 검찰의 정치적 노림수와 반대로 행동하는 거라고 우리를 설득합니다. 이번 국회에서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총선에 임하면 된다며 우리를 다독입니다. 2019년 12월 선생이 쓴 글입니다.
제가 첫 딸을 낳았을 때 기쁨과 슬픔이 같이 왔습니다. 기쁨은 아들이 아니어서 군대 조직에서 말도 안 되는 지시에 순응하는 세월을 36개월 동안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군 생활할 때는 36개월 복무기간이었고, 군인은 안 되는 일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면서요? 슬픔은 여자라서 받아야 할 차별과 억압을 아버지로서 막아줄 방도가 없는 절망감 때문이었습니다. 1988년의 제 경험입니다. 그러나…
2023년 오늘 제 딸들은 아직도 미진하다고는 하나 그때 그 시절과 비교하면 꽃피는 인권의식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 만연했던 군대 문화에 대한 경계와 인권신장을 위한 관심과 연대를 오랏줄 삼아 차별과 억압을 포위하고는 끈질기게 싸웠던 때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포위하고 끈질기게 기다리며 고쳐야 할 대상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많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실패한 것처럼 보여도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니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호시우행, 호랑이의 눈으로 뚜벅뚜벅 소처럼 걷는 것이라지요. 산을 다니는 사람이 하는 말 중에 눈은 게을러도 다리는 부지런하다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보고는 ‘언제 가지?’ 게을러도, 조금씩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닿는다는 의미랍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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