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전우용, 그를 안 것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묻는 어떤 말에도 거침없이 기원과 출처를 알려주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정확한 용례와 잘못된 용례를 드는 해박함에 놀라서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상식이 늘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고른 책입니다. 개가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인데, 달이야 원래 항상 언제나 그 시각에 그 자리에서 뜨고 지는 것인데 개가 달을 보고 짓는 것은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하나씩 같이 해결하는 의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거짓말
2020년 3월 27일, 선생이 쓴 글에서는 맥락과 인과관계를 모르면,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게 낫다면서 임진왜란의 개요만 제대로 배웠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과 정부기관, 국민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끊임없이 준동하는 자들이 바로 ‘왜구’이거나 ‘토착왜구’라는 것”
왜 이런 말이 나왔는가 그 배경이 된 말들을 정리합니다.
1. 중국인 입국 금지 안 해서 코로나가 창궐한다고 떠들었는데, 입국금지한 나라들이 훨씬 더 심합니다.
2. 중국에 보내서 마스크가 없다고 떠들었는데, 중국에서 마스크를 받고 있습니다.
3. 중국 눈치 보다가 세계에 호구됐다고 떠들었는데, 세계의 모범이 돼 버렸습니다.
4. 한국산 진단키트는 비상용으로도 못 쓴다고 떠들었는데, 전 세계가 보내 달라고 사정합니다.
5. 질병관리본부가 잘한 거지 대통령은 한 일 없다고 떠들었는데, G20국가 정상들이 한국 대통령에게 부탁합니다. 하다하다 이제는 질병관리본부는 이순신, 문재인은 선조라는 말까지 퍼뜨리려고들 합니다.
6. 문재인이 생지옥 만들어 놓고 대구시민의 공을 가로챘다고 떠들었는데, 대구시장이 정부가 보낸 돈을 가로채고 ‘실신’한 척합니다.
2023년 7월, 저 말들이 추억을 자극합니다. 선생이 임진왜란의 개요만 제대로 배우라고 권한 이유는 5번 때문인가 봅니다. 지금은 정권이 윤석열(동네 개 부르듯 문재인을 불렀습니다)로 바뀌었습니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윤석열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선생의 말을 돌려 말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대통령과 정부기관, 국민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끊임없이 준동하는 자들이 바로 왜구이거나 토착왜구다.” 그런데 돌아온 말이 조금 이상합니다. 왜구와 토착왜구는 일본에 붙어서 국가 이익을 팔아먹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자들이 왜구이거나 토착왜구일 가능성은 없습니다. 채권자의 동의도 없이 채무를 인수했다며 공탁을 하려는 자나, 후쿠시마 오염수가 지금쯤 우리 바다에 왔고, 그 물이 노량진 수산시장 어조에 들어왔다며 생선들이 싼 똥물을 마시는 자들이 일본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 그들의 소속 집단이 지금의 여당입니다. 2020년 그때나 2023년 지금이나 왜구나 토착왜구는 동일인으로 짐작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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