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망월폐견. 전우용의 시사상식 사전. 새움출판사 간행 1

무주이장 2023. 7. 10. 10:32

 

 역사학자 전우용, 그를 안 것은 그가 출연하는 방송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묻는 어떤 말에도 거침없이 기원과 출처를 알려주고,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정확한 용례와 잘못된 용례를 드는 해박함에 놀라서 그가 쓴 책을 읽으면 나도 상식이 늘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 고른 책입니다. 개가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인데, 달이야 원래 항상 언제나 그 시각에 그 자리에서 뜨고 지는 것인데 개가 달을 보고 짓는 것은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증을 하나씩 같이 해결하는 의미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가정(假定)

 

 역사에는 가정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자주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말입니다. “그때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한국인들은 아직도 양반 상놈 따지며 황제 폐하 만세나 부르고 있거나 러시아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처럼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한국을 근대화해 준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 선생이 이 글을 쓴 때가 2019812일입니다. 2023710일 세월은 흘렀는데 더 자주 들리는 말입니다. 이제는 일본 전범기를 달고 버젓이 부산 항에 입항할 정도입니다. 역사를 가정법으로 돌려 설명하는 것에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선생은 말하면서도 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합니다.

“1894년에 외세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동학농민혁명이 어떤 결과를 빚었을지 생각해 보시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이 일어났을지 생각해 보시오."

 

 선생은 당시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은 세계사 전체와 관련되어 있기에 추론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 “그때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한국은 더 발전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그때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한국은 후진 상태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모두 무의미하다고 설명합니다.  

 

 선생은 중요한 건 일본 군국주의가 한국인들의 삶과 의식에 남긴 총체적 영향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겁니다. 다만 그 영향을 발전이라는 단어 하나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겐 인간에게 발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따로 던져야 할 겁니다.”라고 글을 맺습니다.

 

 먹고사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발전을 그냥 밥 잘 먹고 옷 잘 입는 것으로 생각하고 과거의 헐벗은 과거를 증오하면서 부정과 불의를 합리화하는 천박함이 아직도 세상에 가득한 것이 불만입니다.

넌 밥만 먹고사냐?”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