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답하시오. “선생님, 그런데 태풍이가 왜 우리 학교에 와요?”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태풍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 이른 귀가 조치가 내려졌다. 선생님들은 마음이 분주했을 것이다. 학생들을 배웅하고, 교실 뒷정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초등학교 1학년 학생 한 명이 갑자기 교실로 되돌아와서는 집에 가기 싫다는 표정으로 선생님께 되물었단다. ”선생님, 그런데 태풍이가 왜 우리 학교에 와요?”” 시인은 오지선다형 문제의 4가지 보기를 적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섯 번째 보기를 작성하라고 권한다. 자신이 작성한 보기를 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 세계에 대한 이해, 감정, 습관과 한계, 그 모든 것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의 속을 빤히 들여다보게 될 보기를 작성하는 것이 꺼림칙하지만 그래도 쓰기로 한다.
태풍이는 우리가 보고 싶어 온단다. 너무 보고 싶어 달려와. 천천히 오라고, 천천히 와도 된다고, 그래도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우리가 너무 보고 싶어 달려온단다. 너도 뛰고 달리면 바람이 만들어지고 머리카락도 날리고 그러잖아. 태풍이가 달려오면 바람도 생기고 땀도 나서 그게 비가 되는 거야. 우리는 태풍이가 달려오면서 만든 바람과 비 때문에 태풍이를 피하는 거야. 아무리 말을 해도 태풍이가 말을 듣지 않으니, 우리도 태풍이를 오해하는 거지. 태풍이가 우리에게 오는 것은 보고 싶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화를 내려고 그러는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태풍이가 오면 피하는 거야. 그런데 태풍이와 우리가 대화를 해서 우리들의 마음을 전하려고 해도 서로 보고 듣는 이야기가 달라서 쉽지 않아. 너도 친구들과 간혹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못 알아듣거나 오히려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 않니? 친구 집에서 놀고 싶은데 엄마가 “그런 친구와 놀지 마” “학원에 가야 하니 안 돼”라고 하실 때가 있어 답답한 적 없니? 태풍이와 얘기하고 싶은데도 잘 안 되는 것도 그래서 그래. 그러니 다음에 태풍이하고 얘기를 잘하게 되면 안 그래도 되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으니 너도 일찍 집에 가는 거야. 조심해서 가거라.
아이는 태풍이랑 이야기를 할 꿈을 가지게 되고 커서 기상학자가 되어 태풍이와 대화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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