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네슬레뿐? 초콜릿뿐? 아니 스위스는 제조업 최강국이다
저는 초콜릿 하면 가나가 최고라고 한때 믿었습니다. 롯데가 파는 가나 초콜릿이 최고였습니다. 상업광고의 폐해입니다. ‘롯데 가나 초콜릿’의 모델이었던 채시라의 젊은 시절 모습과 이미연의 매력에 빠져 진실에 눈을 감았습니다. 저자는 지금은 스위스와 고급 초콜릿은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지게 되었다고 확인합니다. 스위스의 네슬레와 린트 운트 스프륑글리 두 회사가 밀크 초콜릿을 만들고 콘칭 기법을 이용해 초콜릿의 맛과 식감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스위스가 시계만 잘 만드는 줄 알았는데 초콜릿도 잘 만드는가 봅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1인당 제조업 생산량 세계 1위 나라는 어디일까요? 스위스라고 합니다. 2위는요? 싱가포르라고 합니다. 스위스와 싱가포르를 예로 들어 서비스 중심의 탈산업 경제의 장점을 선전하는 것은 뭐랄까, 해변 휴양지를 광고하면서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모델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답니다. 웬 뚱딴지냐 뭐 그런 말이겠지요.
탈산업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근래에 일어나는 경제 변화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탈산업화가 되는 주요 원인은 수요의 변화가 아니라 생산성의 변화라는 겁니다. 부자 나라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과거 40퍼센트 정도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약 10~20퍼센트의 인원만으로 비슷한 양 또는 더 많은 양의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생산의 역학은 더 복잡합니다. 이 나라들의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감소하고 서비스 부문의 중요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탈산업 사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공산품에 대한 수요보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은 아닙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주로 서비스 부문보다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이 훨씬 더 빨리 높아지면서 서비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십 년 사이 부자 나라(영국은 제외) 대부분의 국가 생산량에서 공산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간만 감소했을 뿐이고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탈산업화의 신화와는 달리 공산품을 경쟁적인 가격과 품질로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금융, 운송, 경영 서비스처럼 제조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고생산성 서비스 중 많은 부분은 제조업 부문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서비스의 주 고객이 제조업 부문이기 때문입니다(수수료나 성공불이라는 큰 금액 때문에 괜히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맡긴 사건의 금액이 어마어마하니 수수료도 그에 비례해서 큰 것일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제조업은 아직까지도 기술 혁신의 가장 주된 근원지입니다. 제조업이 경제 생산량의 1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미국과 영국에서마저 연구 개발의 60~70퍼센트가 제조업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이나 한국처럼 제조업 부문이 더 강한 나라에서는 이 수치가 80~90퍼센트입니다.
지난 몇십 년 사이 영국과 미국의 경제는 과도하게 발달한 금융 부문이 주도하는 경제 체제로 변신했지만, 금융 경제는 결국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이 두 나라가 일구어 낸 미약한 회복은 또 다른 금융 거품(과 부동산 거품)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주도로 역사상 가장 낮은 이자율과 이른바 양적 완화 프로그램이 이 회복을 떠받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을 치러 내면서 미국과 영국이 보유한 금융 시장은 이제 실물 경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메이드 인 스위스’라고 표시된 것은 초콜릿 밖에 없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주의를 줍니다. 스위스 성공의 비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은행이나 고급 관광 상품이 아니라 세계 최강의 제조업 부문입니다. 사실 초콜릿 분야에서 쌓은 높은 명성마저 제조업 부문의 혁신에서 기인한 것이지 초콜릿 바를 사는데 은행이 복잡한 할부 구매법을 제시하거나 광고 회사가 멋진 광고를 하는 식의 서비스 산업 덕분이 아닙니다. 오해는 우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저자는 ‘큰 소리로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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