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부키 간행. 장하준 지음 18

무주이장 2023. 7. 6. 15:04

딸기 수확의 자동화는 노동자의 실업을 만들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딸기는 한때 여름 과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새벽이라고 해도 여름 날씨는 아침부터 덥고, 일이라는 것이 의도한 대로 해뜨기 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니 딸기 수확에 머리를 땅에 박고 굽은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수확을 했습니다. 이제 딸기는 겨울 과일입니다. 수경 재배로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과일이라 서서 수확을 하면 됩니다. 그래도 딸기 수확을 위해서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비닐하우스라고 해서 덥지 않은 것도 아니지요. 이제 로봇으로 수확을 하는 시대가 된다고 합니다.

 

 그럼 딸기를 수확하던 노동자는 실업자가 되는 겁니까?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해야 합니까? 자동화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건 딸기 수확 노동자만이 아니라서 참아야만 합니까? 저자는 자동화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늘, 적어도 지난 2세기 반 동안은 항상 존재해 왔던 현상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우려하고 위협받는 것처럼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진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자동화로 인해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새 일자리 창출이 자동화 과정 자체에서 직접적으로 일어나고, 게다가 자동화로 인해 생산에 들어가는 생산량 단위당 필요한 노동력이 줄어들지 모르지만, 제품 가격이 낮아 지고 그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면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화로 인한 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언제든 정책을 동원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집단적 합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다양한 요소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장기간에 걸쳐서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자동화가 전체 고용 규모를 감소시킬지 여부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실제 굴려봐야 안다는 말이고, 지난 250년의 경험으로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이 부정적이지 않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그럼 딸기 수확을 돕던 노동자의 실업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이냐? 저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전반적인 고용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이 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당장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딸기 따는 능숙한 기술자가 정부의 지원 없이는 다시 취업할 수 있도록 재훈련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을 저자는 직시합니다. 그래서 직업을 잃은 노동자가 재훈련을 받는 동안 견뎌 낼 수 있도록 실업 수당과 소득 지원을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딸기는 스트로 '베리’라고 불리지만 실제는 베리가 아니랍니다. 자동화도 일자리를 파괴하는 가장 큰 적으로 여겨져 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을 하려고 딸기를 데리고 왔던 것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