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통령 이해하기: 중국에게도 굽실거리라고… 시바 안 해!
며칠 전 마을에서 자주 만나는 분들과 만나 술을 마셨습니다.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 정치 얘기는 안 하는데, 그런 분위기를 모르는 채 참석했던 분이 그만 우리 대통령을 비판하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비판의 요지는 중국과 장사를 해야 하는데, 중국과는 자꾸 멀어지려고 해서 어렵다는 개인적인 불만이었는데, 말은 삼성 반도체가 어렵게 된 것이 우리 대통령 때문이라는 거창한 담론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삼성 어려운 것 하고 제가 사는 것의 직접적 연관은 거의 없어서 대충 듣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대통령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구나’ 속으로 좋아했습니다.
듣고 있던 분이 반론을 폈습니다. 반론의 요지는 “우리 반도체 제조 기술은 원천 기술이 거의 미국 것이어서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라고 해도 사실 약소국이고 기술 빈약국이다. 큰 놈이 “가만있어”라고 하면 숨소리도 낼 수 없는 것이 비루한 우리의 현실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제가 물었습니다. “그렇다.” 확신을 했습니다. 비록 정치적 주장과 생각이 다른 분이지만 나름 반도체 업계와 거래를 하는 회사의 대표인지라 ‘사실’을 강조함에 반론을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술자리에서 유쾌하게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정치적 견해는 토론하지 않으니 얘기할 생각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최근 구입한 책을 꺼냈습니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라는 제호의 아랫부분을 살짝 벌려 틈을 만들고 거기에 배 나온 대통령이 주먹감자를 먹이는 사진을 넣은 책입니다. 대통령을 작게 넣은 것도 불충인데, 책의 아랫부분 제호를 살짝 갈라 그 사이에 끼워 넣은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대통령이나 그의 졸자들이 보면 기분이 상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담집입니다. 사회자는 추월의 시대 공저자인 한윤형 씨이고(이분의 정치성향은 저는 모릅니다만 뭐 우리 대통령을 좋아라 하겠습니까?), 대담자는 전 열린 민주당 대변인 김성회,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 안보 분야 실무담당자였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그리고 애널리스트 이광수 씨(이분은 경제를 읽는 분인데 왜 여기에서 대담을 같이 했는지 궁금합니다. 왜 경제학자는 보통 독재자에게도 헌신을 하지 않습니까)인데, 대통령실 졸자들이 볼 때면 국가전복세력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책표지의 볼품없는 대통령 사진으로 인하여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대담을 하면 무슨 얘기를 할까요? 재미있습니다. 읽기를 권합니다.
다시 앞의 얘기로 돌아가면 ‘우리 반도체 제조업이 세계 정상급이지만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미국이 중국에 팔지 마라고 하면 못 팔 정도’라는 얘기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중국에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중국에 의존할 원천 기술은 없어서 그럴까? 그까짓 무역흑자쯤 적자로 돌아서는 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중국에 수출 못하면 동남아에 수출하면 되니 우리 대통령께서 그러는 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중국과 우리의 관계에 대한 사실을 이 책에서 찾았습니다. 인용합니다.
“중국의 공급망 배제와 관련해 우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요소수 사태 때처럼 요소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우리 원자재가 어떤 것들이 있느냐, 즉 한 품목에서 8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뭐가 있나를 파악해 보니 무려 수백여 개 부품과 원자재가 나왔습니다. 그때 우리가 750개라고 보도자료를 냈어요. 물론 중국산을 안 쓸 수 있습니다. 대신 중국산을 피하면 비용이 올라가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요소수의 경우도 대안이 있었어요. 찾아보니 인도네시아나 카타르에서 사 올 수는 있는데, 그러면 동선이 길어지고 시간이 길어지니까 수입단가가 너무 올라버리는 거예요.”
우리 대통령은 그래도 강단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비록 미국에는 꼼짝달싹 못해도, 미국에 붙어서 넘버 2 노릇하는 일본에게는 눈 흘기지 못해도, 그까짓 원자재와 부품은 중국 없이도 뚫고 나가리라는 결심을 하시고, 백척간두에서 최선을 다하셔서 중국에 주먹감자를 먹이고 있는 것입니다. 역시 사람은 알아야 합니다. 책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도구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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