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신선한 재료가 기본이다. 재료를 잘 섞고 어울려야 맛이 난다. 오크라.
자유 시장의 팬들은 자본주의를 옹호할 때 ‘자유’의 개념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미국은 ‘자유 기업’ 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는 매우 좁은 개념의 자유다. 첫째,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경제 영역 내의 자유로, 기업이 가장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는 것을 만들고 팔 수 있는 자유(일타 강사도 지난번 드라마를 봤더니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렇다면 일타강사가 가장 높은 이윤을 내는 것도 자유의 영역이다. 그런데 어제 어느 당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은 “초과이윤이 문제” 라며 일타강사를 범죄자, 사회악이라 비난을 하더라. 이들이 무슨 법을 어겼지? 자유 자본주의는 어디로 갔지?), 노동자가 직업을 고를 수 있는 자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자유 등에 한정되어 있다. 정치적 자유나 사회적 자유 등의 다른 자유가 경제적 자유와 충돌을 일으키면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우선순위에 둔다(경제적 자유를 무시하는 사무총장은 아마도 자본주의자는 아닌 모양이다). 밀턴 프리드먼과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가 살인을 일삼았던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 정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것도 바로 이런 사상적 배경에서 나온 행동이다.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책으로부터 경제적 자유를 보호한다고 믿었다(사무총장은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부정했을까?).
거기에 더해 프리드먼이나 헤리티지 재단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는 좁디좁은 경제적 자유의 개념 중에서도 자산 소유자(지주와 자본가)가 가장 큰 이윤을 내는 방법으로 자신의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다.
지난 150여 년에 걸쳐 자본주의가 좀 더 인간적이 된 것은 오로지 자유 시장적 시각으로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신성불가침이라 여겼던 자산 소유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73~76쪽) (권력자의 권력을 헌법과 법률로 제한할 수 있을 때 국민은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는 점과 같은 논리다)
음식을 먹으면서 “이 음식에는 무엇과 무엇이 들었네” 라며 귀신 같이 재료를 알아채는 고수들이 있다. 이런 전문가들에게 조리법을 들키지 않으려 요리사는 최선을 다해 레시피를 숨긴다. 누가 쉽게 영업비밀을 들키고 싶겠는가? 히틀러도 그랬다. 정권을 쥐기까지는 자기의 뜻을 숨기며, 기존 권력과 타협을 하는 듯했지만 막상 정권을 쥐고서는 반대자들을 숙청하고 장애인과 유대인을 죽였다. 히틀러의 존재를 일찍 알아챈 지식인들이 없진 않았지만 보수 정치인들과 일반 국민들은 그들의 염려를 무시했다. 그 결과는 끔찍했다. 아무 힘도 되지 않는 ‘국민의 힘’이 아무것도 모르는 대통령을 경호하느라 앞뒤도 없고 철학도 없고 지식도 없는 말을 해댄다. 정치인의 말에는 앞뒤를 재는 논리와 국민을 위하는 철학과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이 고루 섞여야 제 맛을 내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재료가 사무총장의 말에는 없다. 이들은 무엇을 숨기려고 터무니없는 말을 할까? 혹 대통령의 무지?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려면 좋은 재료를 써서 하면 좋겠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나 ‘수능’은 요리사가 영업비밀을 위해 숨겨둔 재료가 아닌 썩은 음식 재료로 보인다. 저자는 잘 섞이고 어울려 융합의 맛을 내는 재료로 오크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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